김동호 위원장의 부지런은 아무도 못 말려? 지난 6월19일부터 23일까지 열린 프랑스영화제요코하마2002에 초청받았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의, 64살의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활기찬 행보가 영화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시애틀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가 서울에 잠깐 들른 뒤 요코하마로 곧장 날아온 김 위원장은 영화관람과 파티가 이어지는 고단한 일정 속에서도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전을 꼭 보겠다고 다짐, 6월22일 숙소인 팬퍼시픽 호텔에서 <NHK>가 중계한 축구경기를 시청했다.영화계의 주당으로 이름높은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금주를 선언하고 약 4개월 동안 착실히 실천했지만, 이날의 한국의 경기를 그냥 볼 수 없었는지 와인과 위스키를 가볍게 마시며 경기를 관전했다. 접전 끝에 홍명보의 승부차기 성공으로 한국의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이런 기쁜 날, 도저히 안 마실 수 없다. 오늘 공식적으로 금주를 깨겠다”며 경기를 본 일행과 함께 근처 불고깃집에서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커다란 일본식 소주 2병을 순식간에 잔을 돌려가며 마신 김 위원장은 다음날 8시에 아침식사를 약속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일행은 위원장이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다음날 식사 약속을 못 지킨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신 젊은 기자들이었다. 너무 일찍 일어나 이들을 기다리던 김 위원장은 늦는 이들을 기다리다 못해 먼저 식사를 했고, 나중에 나타난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왜 안 올까 걱정하며 연락을 취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또, 김 위원장은 귀국하기 직전, 이왕 요코하마까지 왔으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을 사전답사하며 한국팀의 요코하마행을 기원하겠다고 길을 나섰다. 택시비를 4만여원이나 들여 경기장을 찾아갔지만 삼엄한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여권을 지참하지 않았던 위원장은 경기장 입장을 제지당했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둘러보며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고.위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