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 다음으로 이목을 끈 장르는 국산 코미디다. 한국영화 누적 관객수 톱5 중 <야당>과 <어쩔수가없다>를 제외한 세편이 정통 코미디로 분류된다. 인기 웹툰을 각색한 <좀비딸>, 5년 만의 속편으로 돌아온 <히트맨2>, 조폭 코미디 계보를 잇는 <보스>가 각각 563만, 254만, 243만 관객을 모았다. 세 작품은 각각 여름 성수기, 설 연휴, 추석 연휴를 맞아 개봉했다. 극장이 북적이는 시즌에 경쟁작들을 제치고 선택받은 것이다.
특히 <엑시트> <파일럿>으로 대중적 호감을 적립해온 배우 조정석이 <인질>로 준수한 연출력을 선보인 필감성 감독과 협업한 <좀비딸>은 <전지적 독자 시점>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등의 대작들 틈에서 손익분기점의 2배가 넘는 스코어를 수확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선전한 <범죄도시> 시리즈나 입소문을 타고 깜짝 흥행한 <육사오> <30일> <핸섬가이즈>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전반적으로 침체한 시장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웃음을 보장하는 영화는 제작자에게나 관객에게나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남아 있다. 2025년 사랑받은 코미디들은 전개를 예측하기 쉽고, 개성이 다소 희미할지언정 중급 규모의 예산으로 낼 수 있는 최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하이파이브> <악마가 이사왔다> <퍼스트 라이드>가 들이켜야 했던 고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코미디 장르에서의 성공 경험이 있는 강형철, 이상근, 남대중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 세 작품은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출연배우 리스크로 공개를 미뤄야 했던 <하이파이브>를 차치하고서라도, <악마가 이사왔다>는 코미디에 로맨스와 오컬트를 느슨하게 접목해 어수선하다는 반응을 자아냈고, <퍼스트 라이드>는 극 중반부터 무거운 소재를 등장시켜 유머의 동력이 옅어진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웃음을 준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웃음을 주는 방법과 빈도까지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이 남긴 아쉬움이 장차 코미디영화의 획일화나 오리지널 기획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한편 외화 중에서는 코미디보다는 호러가 조용한 강세를 보였다. 2024년 12월 개봉한 <서브스턴스>가 보디 호러라는 마니악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영관을 확보해 아트하우스로는 이례적으로 56만 관객을 만났고, <컨저링: 마지막 의식>은 10년 넘게 계속된 시리즈의 최종장다운 호응을 얻아 41만 관객과 인사했다. 소설이 원작인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게임이 원작인 <8번 출구>와 같은 일본 호러도 각각 45만, 27만 관객을 챙기며 선방했다.
신작을 OTT로 발표하고, 극장 개봉작도 빠르게 OTT에 풀리는 시대에 큰 스크린과 사운드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프로젝트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은 반만 맞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극장은 물리적인 체험뿐 아니라 감정의 집단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기에, 그것이 웃음이든 공포든 관객에게 만족스러운 자극을 줄 수만 있다면 환영받을 수 있다. 2026년에는 과연 어떤 장르가 ‘극장을 필요로 하는 영화’를 다수 생산해낼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