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웨이츠와 애덤 드라이버의 캐스팅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부자 역할을 맡는다는 아이디어에 두 배우는 처음 어떻게 반응하던가.
두 사람은 금방 하겠다고 동의했다. 그게 전부였다. (웃음) 캐스팅이 출발점이 된 건 내가 언제나 배우들을 위해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거꾸로 작업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몇 가지 테마, 특히 캐릭터를 함께 만들고 싶은 배우들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은 산발적인 아이디어들을 가능한 한 많이 모은 다음 대본 작업 자체는 빨리 끝낸다. 그런데 한 가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조금 다른 것이 그다지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하지 않은 단계에서 대본이 빠르게 써졌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톰 웨이츠를 애덤 드라이버의 아버지로 상상했고 이어서 누이 역할에 마임 비아릭을 떠올렸다. 다음 챕터에선 케이트 블란쳇과 비키 크리프스를 자매로 상상하면서 이야기가 풀려나갔다. 많은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게 찾아왔다.
- 특히 톰 웨이츠와는 여섯 번째 협업이다. 같은 배우와 여러 번, 매번 다른 캐릭터로 작업할 때 어떤 효과가 있다고 보나.
이번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짓자면, 좋은 의미로 나는 배우들과 작업할 때 가끔 그들의 부모가 된다는 심정이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배우라는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 부과된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다분히 간직해야 하는 직업이다. 배우는 작품의 명령에 따라 허구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해야 할 도구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이다. 한마디로 대단히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이걸 해내기 위해선 매우 자유로워야 한다. 어느 수준에선 어린아이처럼 지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안내자로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 여러 번 함께 작업한 배우와는 이 과정에 대한 서로의 신뢰가 확립돼 있고 소통 역시 간결해진다. 무척 흥미롭고 귀중한 경험이다.
- 세 개의 장이 흐르는 동안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세심하게 리듬을 쌓아나간다. 한마디로 축적의 영화다. 노골적이지 않게 이야기의 응집력을 갖추기 위해 고심한 점은.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세개의 분리된 꽃꽂이처럼 섬세하게 만들고 싶었다. 혹은 세 가지 다른 악장의 음악 한곡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것도 거창한 무엇은 없다. 대단한 드라마도 액션도 섹스도 폭력도 복수도 없다. 하물며 플롯의 흐름이 만드는 이렇다 할 해결도 없다. 다만 모든 것을 작은 데서부터 섬세하게 구축해나가려 했다. 나는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작은 디테일을 관찰하고 그것을 축적해나간다.
- 세 가족을 연결하는 최소한의 테마를 설정해두고 작업했나.
아마도 부모들의 작은 연극무대를 만든다는 것? 1부의 아버지는 자식들을 맞이하는 동안 훨씬 검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로 자신의 생활양식을 연출한다. 실제로 집 자체를 새롭게 꾸민다. 2부의 어머니는 우아한 다도가 펼쳐지는 탁자 위를 정교하게 연출한 셈이다. 3부는 부모의 부재로 텅 빈 집, 쓸쓸하고 공허한 집이 무대로 등장한다. 이것이 시각적 디테일을 축적하는 가이드로서 내가 인식하고 있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한 측면이다.
- 당신이 말했듯 아무것도 해소하지 않고 패턴을 맴도는 영화인데, 반복적이면서도 탄력적인 시간 감각이 여운을 남긴다.
영화 속 모든 일들은 짧은 기간에, 기본적으로 한 오후에 일어난다. 스크린 타임 속 모든 타이밍이 음악적 완성도를 확보해야 한다. 모호하게 들리겠지만 이 작업은 사물들의 리듬 속에 있는 것, 빼고 멈추는 것, 말해지지 않는 것들 속에서 음을 연주하는 일 같다. 영화 속 시간을 자연주의적으로 다루고자 했다.
- 이번 영화의 인장 같은 곡은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다. 오프닝에서 한번, 3부에서 쌍둥이 남매가 부모를 추억하는 곡으로 또 한번 들려오는데 선곡의 배경을 들려준다면.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장으로 이동할 때 프랑스 스태프 한분이 매일 운전을 해줬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차에서 음악을 들을래요? 아님 조용히 있는 게 좋아요?” 내가 답했다. “오, 당신만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당신이 듣는 걸 들려주세요.” 그리고 곧장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가 흘러나왔다. 맙소사.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노래였다.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버전은 정말 아름답지 않나. 파리 촬영 중 매일 그 노래를 들으며 출근했다. 이후에 촬영용으로 쓰인 차 안에서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다. 쌍둥이의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일 것이고 그 노래는 아버지에 관한 것일 거라고 그때 결정했다. 테마곡은 우연을 거쳐 채택했다.
- 독립영화 예산으로 미국, 아일랜드, 프랑스 세 대륙에서 촬영했다. 로케이션의 영감이 중요했던 까닭일까.
여행을 완전히 사랑한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있는 것이 나를 살린다. 영화를 찍을 때 낯선 장소에서 작업할 기회를 갖는 건 언제나 큰 기쁨이고 도전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국가마다 스태프들이 달랐다. 거기서 오는 아름다움도 있었다. 로케이션 면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건 파리다. 내 삶에 깊이 개입한 도시이기 때문에 이미 익숙하다. 촬영감독, 프로덕션디자이너와 신중하게 접근해서 관광객의 파리가 아닌 일상적인 파리의 질감을 찾으려 애썼다.
- 파리의 시각적 클리셰를 피한 것처럼 부모 자식간 서사의 일반적인 통과의례를 전혀 거치지 않는 영화다. 미국적 가족드라마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의식한 바도 있었나.
물론 예상되는 상투적 표현이 없는 가족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가족간 상호작용 안에서 극적인 복잡성을 발견하는 영화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등장인물들도 결점이 있는데 관객은 그 결점 중 일부만을 그저 볼 뿐이다. 관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소통의 어려움 역시 지켜보게 된다. 이 영화가 요청하는 것은 판단과 비판을 잠시 유보한 관찰, 나아가 자연스럽고 공감적인 관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