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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존재는 기억하는 쪽에 남는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유채 2025-12-31

사고로 기억상실증이 생긴 고등학생 서윤(신시아)은 자고 일어나면 전날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빽빽한 일기장에 의지해 건조한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동급생 재원(추영우)이 사귀자고 고백하자 서윤은 충동적으로 승낙한다. 서윤의 상황을 알게 된 재원은 여자 친구의 하루를 행복으로 채워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 비밀을 가진 재원 역시 일상을 지키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시작하는 연인이 함께 보내는 매일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기다리던 하굣길부터 함께 걷는 바닷가까지 추억의 장소가 쌓일수록 두 사람의 마음은 서서히 깊어진다. 각 인물 곁에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두어 다정한 분위기를 살리고, 도시락, 공예품, 스티커 사진 등 기념할 만한 소품을 활용해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의 흔적은 남는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특히 재원과 그의 아버지(조한철)가 엄마이자 아내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은 영화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받쳐준다. 다만 기억상실증 설정이 구체화되지 못해 아쉽다. 서윤이 기억을 잃은 뒤 겪는 일상의 불편이나 변화가 거의 드러나지 않아 현실감이 다소 희미하다. 후반부에는 소소한 데이트 장면이 반복되며 관계의 깊이가 충분히 쌓이지 않고, 재원의 슬픔과 사정도 비중에 비해 급하게 처리돼 캐릭터의 힘이 약해진다. 그럼에도 두 주연배우의 반짝이는 연기가 영화의 강력한 동력이 되어준다. 서로의 취향을 처음 공유하며 어색해하던 모습에서부터 불꽃놀이를 보며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까지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설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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