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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올해의 발굴 -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이자연 2025-12-26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흥행과 화제성, 언급량과 트렌드만으로 설명이 부족한 작품들이 있다. 한해 동안 눈에 띄게 흥행 주역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정성평가적 측면으로 들여다볼 때 숫자 뒤편에 가리워진 아쉬운 작품을 끄집어내고자 한다. 이를테면 묵묵하게 내부 세계를 공고히 키워온 작품들, 시대정신과 화합하며 대중의 결핍과 욕망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시리즈들. 송현주·장인정 극본, 김혜영·최하나 연출의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그렇다. 4년 전 죽은 첫사랑 람우(공명)가 저승사자가 되어 희완(김민하)의 죽을 날짜를 고지해주는 이야기는 “하이틴 로맨스의 골격 위에 저승사자와의 동행이라는 오싹한 판타지를 곁들인 결과물”(남선우)로서 밀도 높은 뭉클함을 선사한다. 갑작스러웠던 죽음의 진실은 무엇인가. 람우가 간직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드라마는 홀로 남겨진 희완에게 외롭지만 고독하게 생의 의지를 쥐어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생의 의지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아름다운 계절성을 빌려 삶을 예찬하거나 비극의 비중을 키워 고단한 삶의 가치를 강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삶이 바빠 미뤄왔던 즐거움을 하나씩 실현해가면서 온건한 일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희완보다 먼저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람우를 통해, 삶의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행자를 통해 내가 이 세계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희소성을 갖게 된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주요 키워드는 ‘상실감’이다. 재난을 맞닥뜨린 이후 여전히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다독이는 드라마는 “충분한 애도가 불가능했던 한국 사회”(정재현)에 신중한 위로를 더한다. 결국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찾아 헤맨 건 상실을 견디는 힘이고, 그 힘은 자신과의 화해에서 비롯된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화법 또한 미덥다”(남선우). 람우가 맞닥뜨린 죽음의 진실이 고백되기 전 시청자는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회적 재난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로써 람우와 희완이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던 시절은 작품 밖에서 더욱 선명한 의미를 갖는다. 너의 사고가 나의 것이 되고, 나의 애도가 너의 그리움이 되는 감정 교환은 작품과 시청자간의 작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대다수가 재난의 직접적 피해자는 아니지만, 사실은 슬픔의 그림자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그 비극을 함께 나눠 가졌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은유한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단순히 판타지 로맨스물이나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으로만 알고 건너가기에 아쉬운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웹소설 같은 경쾌한 설정 위에 상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용서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살아내는 주인공을 통해 근사하게 풀어낸”(조현나) 이야기가 “장르가 만든 표면적인 이미지를 가뿐히 뛰어넘어버리기”(피어스 콘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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