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2014년생 배우 권은성은 일찍이 핫초코 광고,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 <파친코> 시즌2 등으로 눈도장을 찍어왔다. 그에게 2025년은 <전지적 독자 시점>의 곤충 소년 기영, <태풍상사>의 능청스러운 늦둥이 범이 그리고 <대홍수>의 자인으로 관객과 부지런히 만난 특별한 한해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에서 김다미, 박해수와 함께 호흡을 맞춘 권은성은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에서 엄마 안나(김다미)와 함께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소년을 연기했다. 생애 첫 제작 보고회 참석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나타난 그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굉장히 떨렸지만 막상 해보니 참을 만하고 괜찮았다.”
<대홍수>와 인연은 쉽지 않았다. 무려 5차 오디션까지 거친 터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배우로 보낸 그에게도 재난물과 SF가 결합된 <대홍수>는 “정말 신비로워서 아무리 힘들어도 꼭 잘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재난으로부터 대피하는 모자의 드라마이자 인공지능 개발 연구원인 주인공의 숙명을 다루는 이야기를 권은성은 “다 같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자인이는 보안팀이 찾지 못하게 안나가 하라는 대로 숨어 있었고, 안나는 자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희조(박해수)는 그런 안나를 도왔다. 셋이 뭉치는 게 중요하다.” 권은성은 이렇게 덧붙였다. “놀이공원에서 대기 시간이 3시간일 때 포기하고 싶지 않나. 그래도 같이 끝까지 기다리면 어떻게든 탈 수 있다.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
“물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연 중 하나”라는 배우의 표현처럼 <대홍수>는 촬영 내내 물과의 싸움이었다. “젖은 채로 촬영하다보니 춥고 힘들고 다리가 풀릴 때도 있었는데 물을 좋아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찍었다.” 한편 CGI로 처리될 장면에서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물속에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마이크가 다가왔을 때 숨 쉬는 소리가 들어가면 안되니까 숨을 참으며 연기하는 법을 익히려 노력했다.” 권은성은 인터뷰 중 직접 시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요. 지금도 숨 참고 말하고 있는데 티 안 나죠?” <대홍수>촬영 중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의외로 ‘자는 연기’였다. “자는 신을 찍을 때마다 자꾸 눈동자가 움직이는 게 고민이었다. 눈을 감은 뒤에도 정면에 시선을 고정하는 연습을 엄마와 함께 거듭했다. <대홍수>에서 드디어 성공해서 보람차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맞을 때 나오는 것”이라 정의한 이 배우는 촬영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한다. “무조건 먼저 다가가고 말을 건다. 서로 어느 부분이 맞고 다른지 알아야 한다. <대홍수>에서도 엄마 역할인 김다미 선배와 그렇게 친해졌다.”
권은성이 배우를 꿈꾼 건 5살 무렵이었다. “엄마, 사람이 TV 속에 갇혀 있어.” 어린 권은성의 질문에 부모는 TV드라마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나도 해볼래”라는 한마디가 지금의 소년 배우를 만들었다. 연기가 즐거운 이유를 묻자 명쾌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권은성에게 배우는 “이 세상의 모든 직업을 한번씩 해볼 수 있는” 마술 같은 직업이다. “언젠가 기차 기관사가 되고 싶다.”
지금 권은성이 연기 외에 가장 잘하고 싶은 건 배구다. “네트 높이보다 키가 작아 스파이크는 아직 못하지만 대신 리시브에 주력한다. 얼마 전에 득점을 많이 올리기도 했다”며 자랑스럽게 전했다. 온라인 프로필에 반려동물로 포메라니안 요미까지 함께 등록한 이유를 물었더니 “앞으로 프로필엔 가장 소중한 것을 올리고 싶다. 요미는 내 친동생 같은 존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앞으로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유까지 들으니 이 배우의 미래가 벌써 흐뭇하게 기다려진다. “함께 즐거워야 연기도 잘되니까. 그래야 용기가 나니까.”
filmography
영화
2025 <대홍수> <전지적 독자 시점>
2022 <헌트>
2021 <시민덕희>
2021 <콘크리트 유토피아>
드라마
2025 <태풍상사> <나의 완벽한 비서>
2024 <파친코>시즌2
2022 <블라인드> <환혼: 빛과 그림자>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며느라기2… ing>
2021 <술꾼도시여자들>
2020 <우리, 사랑했을까> <꼰대인턴> <그 남자의 기억법> <메모리스트> <하이바이, 마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