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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도 너랑 같이 가고 싶어, 즐거운 생일 파티에, 초청작 <엉망이 흐른다> 강은정 감독
이자연 사진 오계옥 2025-11-28

025 문제없는영화제를 반갑게 맞이하는 초청작은 강은정 감독의 <엉망이 흐른다>이다. 휠체어 생활을 하는 지우는 친구로부터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마치지만, 갑작스레 활동지원사가 올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결국 인형뽑기 스토어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아자에게 도움을 청한 후, 두 사람은 장애인콜택시, 도보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생일 파티를 향한 로드무비를 시작한다. 길 위에 올라선 이들의 일상은 과연 아늑하게 보호될 수 있을까. 이들은 끝끝내 친구의 생일을 즐겁게 축하할 수 있을까. 유쾌하고 귀여운 여정 사이에는 차마 웃기 힘든 현실이 촘촘하게 메워져 있다. 그 빈틈을 직면하게 하는 것. 타인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해 생각하게 하는 것. 장애인의 이동이 무척 어려운 사회에 <엉망이 흐른다>는 이렇게 제안하고 있었다.

- 2025 문제없는영화제의 초청작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영화적 메시지와 영화제 성격이 맞아떨어져 특별하게 다가올 듯하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사실 <엉망이 흐른다>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던 영화는 아니다. 한번은 장애인문화예술판이라는 단체에서 미디어 수업을 진행한 적 있다. 6~7명의 소규모 수업으로 장애인 수강생들과 함께했다. 그때 마무리 과정으로 수강생들과 영화를 제작했는데, 기존 미디어가 장애인을 다뤄온 방식이나 캐스팅 방식에서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그렇게 규모를 키워가면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한 두 장애인 친구의 로드무비. 일상적이고 귀여운 기획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야기 주제와 방향은 모두 열려 있었다. 다만 장애인문화예술판 대표님이 한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보통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그들이 장애를 갖게 된 이유부터 설명하는데 그런 방식이 이젠 너무 지겹다고. 그래서 단순하지만 명확한 사건이 벌어지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싶었다. 그게 생일 파티다. 사람들이 즐겁게 모이는 하나의 이벤트가 벌어질 때 아자와 지우는 그곳에 가기 위해 부지런히 이동한다. 비장애인이라면 몇분이면 거뜬할 것이 이들에겐 반나절이 소요된다. 촬영하기 전부터 가장 공들이고 싶었던 장면은 길 위에서 말싸움을 하는 아자와 지우의 모습. 그리고 길 위에 덩그러니 혼자가 된 지우를 다시 찾아가는 아자의 모습. 누구의 잘못이라고 따질 수 없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친구가 걱정스러워 다시 이동하는 모습을 잘 담고 싶었다.

- 이동이라는 말이 반복해 언급되는 건 장애인 이동권을 조명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일까.

중요한 문제니까. 영화 촬영 당시 ‘꼭 장애인 이동권을 조명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 그걸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장애인문화예술판에서 연극 공연을 기록하는 영상감독으로 3년 동안 일한 적이 있다. 그 덕에 출연자 개개인의 특성을 잘 알게 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통분모에 이동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쨌든 이들이 집 밖으로 자주 나와서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평범한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선 밖으로 자유롭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그때부터 장애인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더 자주, 더 깊이 다뤄질 수 있다. 따라서 이동권이 모든 문제의 핵심 주제일 수밖에 없다.

- 미디어 수업의 수강생인 장애인 수강생 전원이 <엉망이 흐른다>의 배우로 등장한다. 비장애인이 소수자가 되는 환경이다.

수업 당시에 모두가 꼭 배우로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만약 녹음, 스크립트, 촬영 등에 관심이 있다면 그곳으로 업무 분배를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모두가 배우를 하고 싶어 하더라. (웃음) 실제로 아자님은 10년간 무대에서 연기 경험을 쌓아온 배우이고 지우님은 1~2년간 활동하며 연기 경력은 다소 짧지만 배우로서의 야망이 명확했다.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된 건 자연스러웠다.

- 배우 지우와 아자는 중증장애인으로서 대사 전달력이 명확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자막의 도움과 편의로 모든 대사를 깔끔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점점 배우들의 전달력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지우님의 경우 긴장을 하면 전달력이 조금 흐려지는 편이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편에 가깝다. 지유님은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중증장애인이라고 하면 보통은 머릿속에 특정한 선입견이 그려지겠지만 얼마나 다양한 성격과 취향의 사람이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볼 수 없다면 스크린으로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 대부분이 야외촬영이라 상황이 녹록지 않았을 듯한데, 촬영 과정은 어땠나.

3회차 정도로 찍을 수 있는 분량을 5회 정도로 배분했는데도 시간이 많이 모자랐다. 비장애인의 경우 아침 7시에도 시작할 수 있지만,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콜택시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이동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콜택시가 부른다고 바로 오는 게 아니다. 또 배우들이 영화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크거나 훈련된 상태가 아니어서 거기서 비롯한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아자님은 주로 무대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반복해 연습하면서 신체화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리딩과 연습 이후 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차이가 있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많은 것을 유연하게 처리하면서 진행했다. 특히 스태프 역할을 자처해준 장애인문화예술판 직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지우와 싸우고 화가 난 아자는 길 위에 지우를 버리고 혼자 돌아간다. 그리고 생일 주인공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렇게 소리친다. “장애인이라고 다 똑같은 줄 알아?! 언니가 나야? 내가 언니야?”

나도 그 대사를 제일 좋아한다. 제일 재미있고 유쾌하게 찍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이 대사는 장애인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 다르다. 모든 개개인이 각자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장애인이라고 하나로 묶어온 면이 있는 듯하다. 사실 장애인들도 각자의 장애를 잘 모르고 각자의 신체적 여건을 잘 모른다. 모두의 다름을 이해하게 하는 대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