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최아라 연출자는 “진~짜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을 반복하며 호탕한 목소리로 <어른아이>의 구상 배경을 들려줬다. “처음 떠올린 영화 제목은 ‘소녀가장난감’이다. 소녀 가장이 겪는 난감한 일과 소녀가 장난감처럼 취급받는 사회 분위기를 코미디로 풀어보고 싶었다. 당시 청소년 당사자로서 또래 여자아이들이 무거운 문제를 짊어진 채 억압받고 있다고 느껴 구상한 이야기인데, 여러 피드백을 거치며 생각이 변했다. 여성 청소년이 내 맘처럼 마냥 동정의 대상으로 그려지는 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더라.” 그렇게 최아라 연출자는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10대 여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두되, “모든 사람이 공감할 여지를 만들기 위해” 할아버지부터 유치원생까지, 남녀노소 모두를 포함한 <어른아이>를 만들었다.
<어른아이>는 엔딩크레딧으로 기억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먼저 암전 이후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도 작중 누군가의 훌쩍이는 소리가 영화 바깥까지 이어진다. 이는 “일상의 이야기인 만큼 영화 그 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최아라 연출자의 판단이다. “관객의 공감을 사려면 이 영화가 주인공 지효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엔딩크레딧에 수많은 이름이 등장할 때까지 영화 속 소리가 이어지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감정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삶에도 존재한다는 감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수많은 이름엔 ‘그리고 사랑하는 어른. 영화를 사랑하던 나의 할아버지’도 있다. “고향을 떠나 영화를 하겠노라고 선언했을 때, 무슨 고등학생이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느냐며 집안의 반대가 컸다. 그런데 할아버지만큼은 나를 무조건 지지해주셨다. 할아버지가 영화광이셨다. 고전영화 포스터나 LP는 물론, 20세기에 나온 <씨네21>도 전부 모아두셨다. 할아버지와 나의 관계가 영화에 은연중 녹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아라 연출자의 할아버지는 <어른아이>의 러프컷 정도만 보신 후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어느 관객의 감상으로 허전함을 달랬다. “친구에게 이 영화를 보여줬다. 감상을 문자메시지로 물으니 ‘<어른아이>보고 할아버지에게 전화했어’라고 하더라.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피드백이었다.”
<어른아이>
단편 부문 | 최아라 | 9분26초 | 드라마 | 12세이상관람가
지효(한아름)는 도무지 나이도 생각도 가늠하기 어려운 눈빛을 하고 있다. 카페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릴 땐 어느 손님의 귀걸이가, 퇴근 후 장을 볼 땐 마트 완구 코너의 낚시 장난감 세트가 지효의 눈에 어린다. 어느 날 지효는 퇴근 후 카페 사장의 집에서 베이비시팅을 한다. 지효는 티없이 맑은 사장의 아이를 보며, 또 사장 부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며 또 한번 깊은 생각에 잠긴다. <어른아이>는 할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일찍 어른이 될 수밖에 없던 아이, 소녀 가장 지효의 이야기다. 최아라 연출자는 자기 또래, 같은 성별의 주인공을 과장 없이 담백한 캐리커처로 담는다. 가족을 부양하는 여성 청소년의 처지를 쉽게 연민하지 않되, 그 청소년이 느낄 법한 욕구를 회피하지 않고 응시하는 연출자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