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 지음 창비 펴냄
2024년 기준 전국 고립 청년 및 은둔 청년 비율은 5.2%이다. 19살에서 34살까지 전국 청년 기준으로 조사된 결과이지만 사실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응답하지 않은 비율까지 생각한다면 실제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둔, 고립 청년과 더불어 뉴스에서 곧잘 언급되는 것이 니트족, 구직 활동을 하지 않거나 취업을 포기하고 ‘쉬었음’에 체크하는 청년들이다. 언론에서는 니트족 청년들을 대략 7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 숫자들은 단순히 일하지 않고 회사에 다니지 않음, 만을 뜻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의 현재 상태가 자발적으로 휴식을 선택해 마음이 자유롭거나 설령 일은 하지 않더라도 친구를 비롯한 사회에 관계맺음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바로 니트족 청년이 고립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하는 청년은 없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타인과 연결되기를 원하고, 또 이 네트워킹 활동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삶의 이유를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당신은 연결되어 있습니까>이다. 우리에게 고전평론가로 널리 알려진 저자 고미숙은 연구공동체 수유연구실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공부와 독서로 ‘연결’을 만든 학자이자 작가이다. 책에도 언급된 사례 하나.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이 어려웠던 A는 어렵게 출판사에 들어갔지만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직장 생활에 8개월 만에 때려치우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고는 교수 임용에 매달리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하기 위해 연구공간을 만들고 여기서 여러 독서, 인문학 강의 활동을 하며 비슷한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들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40년 전의 고미숙이다. 청년 고미숙이 원한 것은 경제적 자립과 지적 성장, 사회적 연결망, 요컨대 ‘돈과 공부와 사람’이었다. 청년세대가 ‘쉬었음’ 상태가 되는 이유로 사회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꼽는다. 여기서 저자는 양질의 일자리란 과연 무엇이냐고 묻는다. ‘돈도 벌면서 성장과 보람도 느끼는 그런 직장을 원하지 않을까요? 그런 직장이 어디 있냐고요? 당연히 거의 없습니다.’(28쪽) 다들 혼자가 편하다 하는 시대지만 실은 고독과 고립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광장에서 모두의 연결을 확인했던 지난겨울을 지나 K컬처가 세계를 사로잡은 이 시대에 왜 우리는 서로 연결되지 못할까. 그리고 연결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그에 대한 해답은 없지만 작은 실마리로 독서와 글쓰기를 제안한다. 오랜만에 연결됨을 확인했던 뜨거웠던 광장의 열기를 고전 읽기로 엮어내는, 사뭇 진지한 지적과 부드러운 성찰이 작은 책 안에 충실하게 채워져 있다.
고독이 내적 성장과 변화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능동적 행위라면, 고립은 자신만의 공간으로 계속 후퇴하는 수동적 행위입니다. 따라서 고독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로맨스나 예술을 탄생시키는 내적 충만함의 공간 자체가 증발되었기 때문이죠. 2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