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스웨덴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한스웨덴대사관과 스웨덴영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영화사 백두대간, 스웨덴명예영사관이 주관하는 스웨덴영화제는 한국에 스웨덴영화를 알리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어느덧 14회를 맞이한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 다른 두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 <노바와 앨리스>다. <노바와 앨리스>의 엠마 북트 감독, 요한 르헤보리 배우의 방문과 더불어 올해는 한층 더 폭넓은 산업 교류를 위해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의 주요 인사인 요한 홀메르 협회장과 얀 블롬그렌 드라마국 국장이 내한했다. 여기 오늘 스웨덴의 목소리를 전한다.
요한 홀메르, 얀 블롬그렌, 엠마 북트, 요한 르헤보리(왼쪽부터).
- 어느덧 14회를 맞이한 스웨덴영화제에 개막작 <노바와 엘리스>로 한국을 찾았다.
엠마 북트 한국은 첫 방문이라 굉장한 모험을 하는 기분이다. 일주일간 많은 경험과 영감을 얻어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패스트 라이브즈>와 <머터리얼리스트>를 매우 감명 깊게 봤고 셀린 송 감독의 팬이 됐다. 이번에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요한 홀메르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크고 작은 만남들이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얀 블롬그렌 30년 넘게 프로듀싱을 하며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한국만큼 열정으로 가득한 곳도 드물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리를 놓아 함께 협력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 중이다.
- 전 세계가 비슷하겠지만 한국 역시 스트리밍서비스와 극장산업간의 협력과 긴장 관계가 공존한다. 한국 자국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제적인 공조를 모색 중이다. 유럽은 공동제작이 훨씬 유연한데 이 부분에서 공유할 경험들이 있을까.
얀 블롬그렌 스웨덴은 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공공 펀드와 공동제작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포스트프로덕션 등의 작업은 대부분 독일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상호 소통하여 조건을 맞추는 데 익숙하기에 좋은 의미로 항상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 콘텐츠들은 트렌드를 선도할 뿐 아니라 매우 창의적이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여건이 갖춰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확장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웨덴의 영화, 시리즈 시장과 교류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엠마 북트 창작자 입장에선 다양한 플랫폼에서 작품이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사실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서 북유럽 너머 전세계 시청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반대로 한국 콘텐츠들도 실시간으로 스웨덴인들에게 가닿으면서 함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요한 홀메르 동의한다. 스웨덴 영화산업 역시 지금 쉽지 않은 시기여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웨덴영화제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요한 르헤보리 한국 영화와 시리즈를 종종 보는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시도하는 표현이 좋았다. 스웨덴 콘텐츠는 조금 조용하고 정적인 작품이 다수인 데 반해 한국 콘텐츠는 거침없고 과감한 묘사들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런 작품들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흥분될 것 같다.
- 올해 개막작 <노바와 엘리스>는 스웨덴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다. 매우 활기찬 음악영화이자 시야가 열려 있는 러브 스토리다.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스웨덴의 정서와 눈높이, 분위기를 진하게 체감할 수 있다.
엠마 북트 감사하다. 마케팅적으로 음악영화처럼 홍보한 부분이 있지만 이건 명백히 사랑 이야기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면서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크다고 느꼈기에 만약 셀린 송 감독 같은 분이 리메이크해준다면 대환영이다. (웃음)
요한 르헤보리 매니저 역으로 합류했는데 오래전부터 코미디를 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도 코미디의 애드리브를 어느 정도 허용해줘서 즐거운 작업이었다. 영화를 들고 세계를 여행한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의 <글래스 도어>라는 누아르 시리즈에 출연했는데,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반응과 리뷰를 듣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두세명의 평론가를 신경 쓰면서 연기했던 것에서 극적으로 시야가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웃음)
- 더 넓은 북유럽 지역으로의 접근을 제공하는 주요 파트너로서 스웨덴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얀 블롬그렌 15년 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출장 갔을 때 겪은 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 누군가가 자기에게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너무 멋진 아이디어였고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결국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 이후 언제, 어디서, 어떤 만남이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서도 그런 열린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요한 홀메르 언어장벽은 사소한 거다. 결국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실성이다. 많은, 잦은 교류를 통해 마음을 열고 가능성의 장을 열어갈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스웨덴영화제에도 감사를 보낸다.
엠마 북트 서로의 작품을 많이 보고 상대를 알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넷플릭스에서 작업한 시리즈를 하나 추천하겠다. (웃음) <말뫼 사람 절반은 나를 차버린 남자>라는 로맨틱코미디다. 아만다 로메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소동극인데, 결핍을 지닌 주인공이 인연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결국 많이, 자주 만나봐야 한다. 스웨덴영화제를 포함하여 서로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점점 넓어지고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