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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에서 열린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 엠마 북트 감독, 요한 르헤보리 배우,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 요한 홀메르 협회장, 얀 블롬그렌 드라마국 국장
송경원 사진 안지섭 2025-11-13

14회 스웨덴영화제 개막작 <노바와 앨리스> 엠마 북트 감독, 요한 르헤보리 배우, 요한 홀메르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 협회장, 얀 블롬그렌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 드라마국 국장

올해도 어김없이 스웨덴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한스웨덴대사관과 스웨덴영화진흥원이 주최하고, 영화사 백두대간, 스웨덴명예영사관이 주관하는 스웨덴영화제는 한국에 스웨덴영화를 알리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 어느덧 14회를 맞이한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 다른 두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 <노바와 앨리스>다. <노바와 앨리스>의 엠마 북트 감독, 요한 르헤보리 배우의 방문과 더불어 올해는 한층 더 폭넓은 산업 교류를 위해 스웨덴영화방송프로듀서협회의 주요 인사인 요한 홀메르 협회장과 얀 블롬그렌 드라마국 국장이 내한했다. 여기 오늘 스웨덴의 목소리를 전한다.

요한 홀메르, 얀 블롬그렌, 엠마 북트, 요한 르헤보리(왼쪽부터).

- 어느덧 14회를 맞이한 스웨덴영화제에 개막작 <노바와 엘리스>로 한국을 찾았다.

엠마 북트 한국은 첫 방문이라 굉장한 모험을 하는 기분이다. 일주일간 많은 경험과 영감을 얻어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패스트 라이브즈>와 <머터리얼리스트>를 매우 감명 깊게 봤고 셀린 송 감독의 팬이 됐다. 이번에는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요한 홀메르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크고 작은 만남들이 우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얀 블롬그렌 30년 넘게 프로듀싱을 하며 여러 곳을 가보았지만 한국만큼 열정으로 가득한 곳도 드물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리를 놓아 함께 협력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 중이다.

- 전 세계가 비슷하겠지만 한국 역시 스트리밍서비스와 극장산업간의 협력과 긴장 관계가 공존한다. 한국 자국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제적인 공조를 모색 중이다. 유럽은 공동제작이 훨씬 유연한데 이 부분에서 공유할 경험들이 있을까.

얀 블롬그렌 스웨덴은 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공공 펀드와 공동제작이 기본이다. 예를 들어 포스트프로덕션 등의 작업은 대부분 독일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상호 소통하여 조건을 맞추는 데 익숙하기에 좋은 의미로 항상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 콘텐츠들은 트렌드를 선도할 뿐 아니라 매우 창의적이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여건이 갖춰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확장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웨덴의 영화, 시리즈 시장과 교류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엠마 북트 창작자 입장에선 다양한 플랫폼에서 작품이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사실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서 북유럽 너머 전세계 시청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반대로 한국 콘텐츠들도 실시간으로 스웨덴인들에게 가닿으면서 함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요한 홀메르 동의한다. 스웨덴 영화산업 역시 지금 쉽지 않은 시기여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웨덴영화제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요한 르헤보리 한국 영화와 시리즈를 종종 보는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시도하는 표현이 좋았다. 스웨덴 콘텐츠는 조금 조용하고 정적인 작품이 다수인 데 반해 한국 콘텐츠는 거침없고 과감한 묘사들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런 작품들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흥분될 것 같다.

- 올해 개막작 <노바와 엘리스>는 스웨덴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다. 매우 활기찬 음악영화이자 시야가 열려 있는 러브 스토리다.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스웨덴의 정서와 눈높이, 분위기를 진하게 체감할 수 있다.

엠마 북트 감사하다. 마케팅적으로 음악영화처럼 홍보한 부분이 있지만 이건 명백히 사랑 이야기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면서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크다고 느꼈기에 만약 셀린 송 감독 같은 분이 리메이크해준다면 대환영이다. (웃음)

요한 르헤보리 매니저 역으로 합류했는데 오래전부터 코미디를 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도 코미디의 애드리브를 어느 정도 허용해줘서 즐거운 작업이었다. 영화를 들고 세계를 여행한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의 <글래스 도어>라는 누아르 시리즈에 출연했는데,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반응과 리뷰를 듣고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두세명의 평론가를 신경 쓰면서 연기했던 것에서 극적으로 시야가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웃음)

- 더 넓은 북유럽 지역으로의 접근을 제공하는 주요 파트너로서 스웨덴에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얀 블롬그렌 15년 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출장 갔을 때 겪은 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처음 만난 누군가가 자기에게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며 즉석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너무 멋진 아이디어였고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결국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 이후 언제, 어디서, 어떤 만남이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에서도 그런 열린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요한 홀메르 언어장벽은 사소한 거다. 결국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진실성이다. 많은, 잦은 교류를 통해 마음을 열고 가능성의 장을 열어갈 수 있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꾸준히 만남의 장을 열어주는 스웨덴영화제에도 감사를 보낸다.

엠마 북트 서로의 작품을 많이 보고 상대를 알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넷플릭스에서 작업한 시리즈를 하나 추천하겠다. (웃음) <말뫼 사람 절반은 나를 차버린 남자>라는 로맨틱코미디다. 아만다 로메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소동극인데, 결핍을 지닌 주인공이 인연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결국 많이, 자주 만나봐야 한다. 스웨덴영화제를 포함하여 서로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점점 넓어지고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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