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딸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연희(임채영)는 남편이 남긴 빚 때문에 밤낮없이 일하며 초콜릿으로 끼니를 때운다. 자신의 이를 치료해주던 치과의사 서진(김선혁)에게 구원의 환상을 품게 된 연희는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숨겨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작 <숙희>에서 구원자로서의 여성을 그린 양지은 감독은 구원자를 기다리다 붕괴하는 연희를 따라가며 사랑과 구원의 경계가 어디인지 묻는다. 진짜 불행을 파헤치기보다 표면적 이미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복되는 상징적 장면들은 묘한 끌림을 만들어낸다. 달라진 모습으로 새로운 구원자를 찾아 나서는 듯한 연희의 마지막 잔상이 오래 남는다. 나를 구원하는 열쇠가 타인의 손에 있다고 믿는 눈빛.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