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이하 아동권리영화제)가 지난 11월1일 개막을 알렸다. 11월30일까지 한달 동안 이어지는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 체벌 근절을 향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고 ‘아동 권리’라는 어엿한 영화적 장르를 구축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다채로운 작품과 관객을 연결해왔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과 영화제 홍보대사 배우 문소리, 박경림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등이 참석하고 가수 안예은이 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영화제 사이트(www.sc.or.kr/crff)에서는 올해의 수상작 6편과 초청작 3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주목해 ‘전쟁과 아동 특별전’을 마련했다. 유엔이 발표한 ‘아동과 무력분쟁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중대한 아동권리 침해 사례는 총 4만1370건으로 역대 최다에 이르렀다. 영화 한편이 모든 갈등을 무력화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를 통해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한 이들이 늘어날 때. 또 그 마음으로 행동하고 싶어지는 어른들이 많아질 때 세상은 반드시 변화한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펼치는 아동권리영화제의 개막식 풍경을 전한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은 현실 세계에서 아동권리영화제가 필요한 이유를 역사적 측면에서 짚어냈다. “100여년 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고 세이브더칠드런을 창립한 여성 에글렌타인 젭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전쟁은 아동에 대한 전쟁이다.’ 최근 가자 지구에선 참혹하게도 5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중 2만명이 아동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죽었다. 세상이 번쩍거리고 시끄럽더니 세상을 떠난 거다. 그리고 에글렌타인 젭이 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비정하지 않다. 다만 사람들은 상상력이 부족하고, 너무 바쁘다’라고. 명확한 원인도 모른 채 죽음을 마주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의 반응을 생각해보자. ‘정말 끔찍하다. 그런데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우리 어린이들의 얼굴과 평화를 생각하고 상상할 줄 아는 시간이 이곳에서 만들어지면 좋겠다.”
2016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배우 문소리는 개막식에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봉사했던 나날을 회상했다. 그는 경제 수도 아비장에서 슬픔을 끌어안은 어린이들을 만났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 나이에 맞지 않게 좌판에서 일하는 아이, 학교에 가고 싶지만 못 가는 아이.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그때가 떠오른다. ‘아동’이라는 말도 알고 ‘권리’라는 말도 알았지만 왜 그동안 ‘아동권리’에 대해선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어 그는 이번 영화제에 특별히 마련된 전쟁과 아동 특별전, 디즈니 특별 초청전 등을 설명했다.
아동권리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특별 무대가 이어졌다. 그가 <문어의 꿈>을 부르자 많은 어린이 관객이 떼창으로 따라 부르는 귀여운 풍경이 펼쳐졌다.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개막을 선언합니다.” 어린이 심사위원이 개막을 알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모든 영화제의 누적 관객수를 합산한 결과 아동권리영화제가 6위를 차지했다(온오프라인 상영 포함). 이는 아동권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18년 동안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로 활동해온 방송인 박경림이 레드카펫에 올랐다. “나치 점령기라는 어두운 시대에도 피어난 어린이들의 우정과 용기를 그린 <화이트 버드>를 개막작으로 만날 예정이다. 모두 함께 전쟁을 마주한 어린이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아동권리영화제를 찾은 어린이 관객과 후원자들이 다양한 체험 행사를 경험했다. 개막식이 이뤄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곳곳에서 설렘 담긴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