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인터뷰] 보이지 않던 이들의 삶에 촛불 하나를, <후광> 노영완 감독, 최강현 배우
이유채 2025-11-06

어떤 영화는 세상을 보는 시선을 바꾼다. <후광>은 문 앞의 택배를 이전처럼 상자 하나로 여길 수 없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택배 기사 민준(최강현)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지만 경찰서로 달려가게끔 만드는 가족이 간신히 붙여놓은 일상을 찢어버린다. 점성학자(이재용)가 그에게 영국으로 가면 인생이 필 것이라 조언하고 민준은 그 말에 기대를 품는다. <후광>이 ‘아시아의 미래’ 섹션에 초청돼 도쿄에 일찍이 도착한 노영완 감독과 최강현 배우는 생애 첫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후광>으로 맞는 첫 공식 자리라 더욱 떨린다는 둘은, 간절히 찍은 영화 이야기를 하며 어느새 희망을 떠올리던 민준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노영완, 최강현(왼쪽부터).

- 현실의 택배 기사와 영화감독인 자신을 반영해 탄생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

노영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모두가 힘들던 때였다. 많은 이들이 사주나 별자리, 타로 같은 것에 기대곤 했는데, 처음엔 왜 저런 걸 믿을까 의아했다. 그런데 갈수록 그것이 누군가에겐 버티기 위한 작은 희망이자 내가 믿고자 하는 영화적 판타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산책길에서 내 또래의 택배 기사에게 시선이 갔다. 그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의 미세한 연결망이 되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영화에서나마 중심부에 옮겨놓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내 관점을 자연스레 투영하다 보니 주인공의 꿈도 영화감독이 되었다. 2016년 <귀향>의 제작실장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뒤, 독학 10년 만에 나온 첫 연출작이 <후광>이다.

- 78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최강현 배우는 이후 택배 기사 민준의 생활감을 입기 위한 노력이 컸겠다.

최강현 합격 소식을 들은 다다음날 바로 집 근처 택배 물류센터를 찾았다. 서성이다가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했더니 흔쾌히 내부 시스템을 보여줬고 민준 또래의 택배 기사 한분을 연결해줬다. 그분에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익숙해진 지금의 차이를 세세히 물었다. 대부분 마른 체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8~9kg을 감량했고 직업적 습관을 연구했다. 오디션을 준비하던 때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민준처럼 살려고 했다. 민준은 아무리 현실이 각박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데 나 역시 그렇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지금도 마음속 희망의 빛을 보며 하루하루를 밝게 살아가려고 한다.

- 입고 먹고 씻는 생활의 롱테이크가 촬영적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한겨울 긴 샤워 신의 현장감이 압도적이다.

노영완 실제 어느 조그마한 상가의 화장실에서 찍었다. 현실감을 원해서 찬물로 갔는데 오들오들 떠는 강현 배우에게 너무 미안하면서도 신이 잘 나와서 혼자 몰래 기뻐했다.

최강현 얼른 씻고 나가야겠다는 민준의 마음에만 집중했더니 당시의 추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번에 오케이가 났고.

노영완 전체적으로 컷을 길게 가져갔다. 그로 인해 생겨나는 시간의 중압감이 있다. 그 무게를 관객도 함께 느끼길 바랐다. 그 시간이 쌓이면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인생을 체험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경험이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 그리고 저 깊은 어딘가의 나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사진제공 도쿄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