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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넓은 시야로 애니메이션을 통과하다, 제27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음악심사위원 이수진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5-11-06

2020년 아이돌 ‘위클리’ 멤버로 데뷔한 이수진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2021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의 홍보대사에 위촉되었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BIAF의 음악심사위원으로 영화제를 다시 찾는다. 넓은 시야로 애니메이션을 통과하는 동안 음악의 자리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그가 그동안 못해봤던 경험이지만, 동시에 음악과 장면이 혼합하는 마법을 목격한 순간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을 생명력 있게 만드는 선율적 조화는 어떻게 발견되는가. 음악심사위원으로서 명료한 눈을 장착한 이수진을 만났다.

- 2021년 BIAF 홍보대사 위촉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음악 심사를 맡게 되었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너무 신기했다. 처음 제안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너무 재밌겠다! 빨리 하고 싶다!”였다. 물론 고민도 있었다. 내가 애니메이션 음악을 전문으로 다루는 종사자가 아니어서 심사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생각했는데, 대중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대중이 어떻게 느낄지 고민해보면 간극을 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가장 적합한 접근이라고 판단했다.

- 개막작 <차오>부터 <내 곁에 있어줘><리틀 아멜리><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는가>까지 음악이 주요한 장편애니메이션 작품 4편을 심사했다. 심사 과정에 가장 중요하게 심사한 요소는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에 음악을 삽입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관객이 극에 더 몰입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영화적 장치다. 관객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서사와 음악이 잘 어울리는지, 혹은 장면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음악이 감정을 고조시키는지 등 연결 지점을 중요하게 봤다. <리틀 아멜리>는 소재 자체가 음악은 아니지만 독특한 소재를 독창적으로 풀어내 관점의 힘을 많이 느꼈다. 특히 아기가 자라나는 과정이 모두 담겨 있다 보니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탄생, 이별, 죽음 같은 소재를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게 무척 신선했다. 또 <내 곁에 있어줘>는 무기징역수가 감옥에서 꽃과 대화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인데, 그 안에 시티팝풍의 음악이 마음을 건드려서 오랜 여운이 남았다.

- 많은 사람들이 영화 O.S.T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기억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Golden>이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유독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O.S.T가 있다면.

음악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다. 최근에는 <연의 편지>를 보다가 주제가인 <연의 편지>에 완전 젖어들었다. 아침에 가장 먼저 듣는 노래다. 마음을 벅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영화음악은 그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영화의 메시지까지 함께 떠오르는 듯하다. 그래서 <연의 편지>가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특히 장면이 모두 몽굴몽글하고 감성적이어서 더 아련하게 남는다. 따뜻한 애니메이션을 특히 좋아한다.

- 애니메이션 장르와 소재가 과거보다 더 다양해졌다.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소재를 활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선하고 동화적인 애니메이션은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최근에 아주 오랜만에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가 보고 싶어져서 <백설공주>부터 <미녀와 야수>까지 쭉 돌았다. 왜 갑자기 공주들이 보고 싶어졌을까를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마도 지친 일상에서 평온하고 안전한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에 곧잘 빠진다. 그런데 그 세계관이 너무 아늑하고 평온하면 그대로 마음껏 힐링할 수 있다. 그게 동화적이고 평화로운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다.

- 위클리 활동을 하며 <After School> <Best Friend> <Reality> 등 10대 청소년이 주인공인 노래를 많이 불렀다. 하이틴 특유의 명랑하고 밝은 무드에 어울리는 하이틴 애니메이션을 매치해본다면. 자신이 음악감독이라고 상상해보자.

먼저 <Best Friend>는 <도라에몽> 시리즈가 어울린다. <Best Friend>는 노래의 분위기가 밝고 당차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가사를 담는데, 진구 또한 도라에몽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웃음) <Reality>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어울린다. 노래 자체가 몽환적인 특유의 사운드가 있고 마냥 밝은 노래만은 아니기 때문에 <너의 이름은.>의 전반적인 톤과 잘 어울린다. <After School>은 노래 분위기와 스토리텔링, 곡의 컨셉이 명확해서인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웃음)

- 목소리 연기와 노래 녹음은 일면 공통분모가 있다. 세계관의 무드를 목소리로 잘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실제로 노래를 녹음할 때 작품 분위기를 어떻게 반영하려 했나.

우리는 팀 활동이었기 때문에 여러 명의 목소리가 한 노래에 담기다 보니 모든 멤버가 한자리에 모여 곡 해석을 공유했다. 각자 받아들이고 이해한 의미를 나누면서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그렇게 조율한 무드를 작곡가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방향을 맞춰나갔다. 처음에는 설명을 받는 대로 수행했지만 곡의 느낌이 바뀔 때 우리 목소리만 그대로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음악 심사를 한 경험이 이수진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한명의 관객으로서 ‘나’라는 개인의 시선으로만 영화를 보다가 심사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관점을 경험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BIAF를 통해 귀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뜻깊다.

- 현재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 재학 중이다. 연기자로서 계획을 꾸려나가는 중인가.

맞다.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지고 있다.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다. 연기 관련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양수업까지 아이돌 활동 중에 접하지 못했던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행복하다. 현재 정확한 작품명을 말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준비 중인 작품들도 있다. 곧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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