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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풍선 같은 정체성, <삼희: The Adventure of 3 Joys> 문혜인 감독 겸 배우
이우빈 2025-11-07

<삼희: The Adventure of 3 Joys>(이하 <삼희>)는 문혜인 감독이 주연 ‘혜림’으로 출연하며 창작력의 자장을 확고히 다진 작품이다. 독립영화 배우인 혜림은 수중촬영의 트라우마로 심리적 고통을 겪은 뒤, 경기도 양주로 이사해 새로운 일상을 맞이한다. 이 와중에 우연히 마주한 ‘삼희아파트’를 보고서 자신을 ‘삼희’로 여기고, 삼희로서 타인들을 만나며 정체성의 변화를 꾀한다. 실제 광양 출신이자 <삼희>에도 광양이 등장하는 만큼 이번 남도영화제의 경험은 문혜인 감독에게 더더욱 특별했다.

- 아무래도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내 삶이 영화의 요소로 활용된 것은 맞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사고를 겪고 지친 뒤 양주에 살기 시작했다. 다만 영화의 전체는 완전한 픽션이다. 내가 자신을 회복하려던 때, 글쓰기가 고통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을 보고 <삼희>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란 질문에서 시작하여, 그것이 가능하다는 어떤 환상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다. 내 경험과 비슷한 일들을 넣긴 했으나, 내가 보고 싶은 대로의 세계를 그린 것에 가깝다.

- 삼희아파트의 존재는 실제인가.

맞다. 막 양주에 왔을 땐 아파트 몇 단지만 드문드문 있고 거의 허허벌판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언덕 위에 떡하니 삼희아파트 하나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재밌었다. 뭔가 미묘한 동질감이 느껴졌고, 아파트에 인격을 부여해서 더 가까워지는 이야기의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일란 감독님이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수업을 정말 듣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아무래도 내 성향상 저 아파트에 사는 타인의 삶에 침투한다는 것이 다소 두렵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결국엔 픽션의 형태를 택했다.

- 혜림은 삼희라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며 정체성의 변화를 이끈다. 이유는.

트라우마를 겪고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전에 못 봤던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었다. 사건 전후로 나의 감각, 생각, 감정이 계속하여 변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런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내가 좋아하고 익숙해하던 나의 모습에서 내가 쫓겨난 기분이랄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과거와 다른 사람인가, 분절된 나인가?’라는 질문에 이르게 됐다. 그러다가 트라우마의 회복이란 이처럼 여러 개로 나뉜 정체성을 잘 통합하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란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혜림이 여러 정체성을 거쳐 하나의 무언가로 모이는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

- 작품 내 환상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를 도입한 연유는.

인물의 머리가 토마토로 변하고 풍선처럼 펑 터지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엔 정체성이란 주제와 맞닿은 의중이 있었다. 자기 정체성은 마치 풍선처럼, 내부와 외부의 압력이 균형을 잘 맞춰야만 한다는 느낌이 든다. 정체성이 건강하면 외부의 압력이 가해져도 형태를 유지할 것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쪼그라들거나 폭발해버리고 말 것이다. 평소에도 일상 속의 환상성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한다. 연기든 음악이든 연출이든, 이 상상력을 통해 누군가를 살리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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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남도영화제 시즌2 광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