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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상의 대화, ‘영화’라는 편지,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Dear you, Unrelated) 소개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5-10-30

<미망인>(1955)이라는 강렬한 데뷔작이자 마지막 영화를 남기고 사라진 박남옥.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성북문화재단은 2025년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박남옥 감독을 선정해 그와 그의 영화에 주목한다. <무관한 당신들에게>(Dear you, Unrelated)는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로 문주화 영화평론가가 기획하고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이종수 감독, 방정아·주황 작가 총 6인이 전시에 참여했다. 네 감독이 <미망인>에서 출발해 완성한 4개의 영상 작업과 작가 주황, 방정아의 사진 및 페인팅을 만나볼 수 있다. 단 하나의 장편으로 한국영화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감독 박남옥을 조명하며 전후세대와 현재의 한국의 현실을 비교하고 동시대 감독들의 재해석을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유의미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에 관한 소개와 더불어 전시를 꾸린 문주화 평론가, 김태양·손구용·이미랑·이종수 감독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전시는 가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전시를 여는 김태양 감독의 <무관한 당신들에게>와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 주황·방정아 작가의 작업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 감독의 영상 작업은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을 사이에 두고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 둥글게 감싼 듯한 구조로도 읽힌다. <미망인>은 1950년대 전후 여성들, 그중에서도 가족보다 본인의 삶과 사랑을 우선시한 신(이민자)의 욕망을 솔직하게 그려낸 영화다. 어린 딸 주(이성주)와 살아가는 신은 물에 빠진 주를 구해준 택(이택균)과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택은 돌연 과거에 사랑했던 여성을 찾아 떠나고 신은 그를 쫓아가 앙갚음을 한다. 그런 뒤 새 삶을 찾아 주를 데리고 떠난다. 네 감독은 <미망인>에 담긴 1950년대 한국을 현재의 모습과 겹쳐 보거나, 작업 과정 및 유실된 결말을 이미지적으로 복원한다.

전시와 동일한 제목을 가져간 김태양 감독의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미망>에 수록된 단편 <서울극장>과 <미망인>을 흑백으로 교차편집했다. 7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가치와 형상을 세심하게 연결짓는 작업이다. 손구용 감독의 <보이지 않는 얼굴(들)>은 박남옥 감독이 캐스팅을 바랐던 배우 김신재와 신으로 분한 배우 이민자의 관계를 탐색한다. 2채널 비디오 작업이므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한 두 영상을 번갈아 겹쳐 볼 때 온전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랑 감독은 <미망인: 다시 맺음>을 통해 유실된 <미망인>의 결말을 재구성한다. 전작 <춘정> <딸에 대하여>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체성을 지닌 여성의 결정에 다시금 힘을 싣는다. 이종수 감독의 <이신자(異晨者)> 역시 <미망인>의 결말을 새롭게 완성했으나 직접 칼을 골라 택을 찾아가는 신의 비장함이 독특한 색채로 담겼다. 고전적인 편집과 후시녹음의 디테일까지 흥미롭게 살렸다.

주황 작가의 <Departure #0155 Amsterdam>(2016)과 <No-Re-bang 19>(1999), 방정아 작가의 <사랑영화 촬영준비>(2022), <기 센 동네>(2022)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된 작품은 아니다. 문주화 평론가는 두 가지 이유로 주황, 방정아 작가의 작품을 초청했다고 전한다. “영상은 이미지가 계속 움직이다보니 전시에서 영상 작업만 보면 하나의 결정적인 장면을 가져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를 전하고 싶었다. 박남옥 감독은 화통하고 심지가 곧은 멋있는 사람이지만, 익히 알려진 면모 외에도 여성 예술가로서 지닌 내면과 다른 시대 여성 예술가들과의 공통점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주황, 방정아 작가는 여성의 삶과 목소리를 꾸준히 가시화해온 창작자다. 주황 작가는 20년간 미국에 거주하며 동양인 여성에 대한 서구의 타자화된 시선을 견뎌왔고 이를 작품에 녹여냈다. 방정아는 영상 작업을 겸하는 작가로 이번에 전시된 <사랑영화 촬영준비>는 <서스페리아>(1977)로부터 압도당하는 경험을 옮긴 작품이기도 하다.”(문주화) <미망인>과 다각도로 연결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무관한 당신들에게>는 10월13일부터 26일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미술전시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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