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은 ‘만약에 게임’을 즐긴다. 때로 진지하게, 주로 놀이로서 화두에 오르는 기상천외한 공상들이 감싼 궁금증은 하나. ‘내가 이런 꼴이어도 사랑할 거야?’ 지선(현지선)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7년을 사귄 상원(서상원)에게 말한다. 자신은 외계인이고, 고향 별로 돌아가기 위해 2천만원이 필요하다고. <거짓거짓거짓말>은 그 고백의 여파로 결별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을 지켜본다. 황진성 감독의 작은 상상에서 비롯된 시선이다. “달 표면에 찍힌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처럼 지구 흙밭에 찍힌 외계인의 발자국을 떠올렸다. 거짓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말로 풀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두 아이디어가 섞여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실제로 7년 넘게 연애 후 결혼한 감독의 경험도 거름이 되어줬다. “영화 속 남녀가 어느 정도 믿음이 쌓였을 기간만큼은 만난 사이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장기 연애를 하고도 서로의 가정환경을 속속들이 모르는 커플이 많더라. 오래 만났어도 연애 기간에는 둘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 또한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계획하고부터 그의 어머니, 아버지를 제대로 찾아뵙고 인사를 나눴다.” 지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터놓아도 선뜻 믿기 어려워하는 상원의 시점은 그렇게 믿을 만한 설정으로 뿌리내린다. 하지만 감독은 지선을 양치기 소녀로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상원이 어떤 남자인지도 암시한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할 때면 지선이 외계인이 맞느냐는 질문을 꼭 받는다. 항상 관객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달라고 말씀드리지만, 내게는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에 대한 답이 다 있다. 배우들에게도 지선이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음을, 그걸 상원이 눈치챘을 수 있음을 설명했다. 다만 현지선 배우는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지선이 진짜 외계인이 아니라면 너무 불쌍하지 않겠냐면서.” 그런 지선의 흔적을 좇아 “길 잃기 쉬운” 세운상가와 “어딘지 비현실적인” 용산 기찻길을 누비던 상원은 마침내 “건물간의 거리감이 인상적인” 어느 아파트 옥상에서 지선과 재회한다. 그들이 마주하는 마지막 찰나는 아이폰의 3D 캡처 기능을 활용해 합성했다. 황진성 감독은 이 영화를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는 문구를 엔딩크레딧에도 박아넣었다. “아이폰만으로 이렇게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결말 이후 심각해질 법한 객석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기도 했다.” 질투는 나의 힘 섹션 명예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박정민이 황진성 감독에게 상을 건네며 전한 격려는 그에 대한 응답과도 같았다. “돈보다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다는 말에 감동받았다. 스태프도 많지 않았고 비용 지출도 크지 않았다. 내 수상이 영화를 빚지지 않고서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면 한다.” 배우로 활동하다 구교환·이옥섭 콤비의 유튜브 채널에서 6분 남짓의 단편을 보고 용기를 얻어 연출을 시작한 그는 계속해서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 배경처럼 “이상하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세계”를 꿈꿔볼 작정이다. 미쟝센단편영화제로 받은 주목을 헛되이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가 구상 중인 장편 시나리오에 관해 귀띔했다. “다음에도 외계인이 나올지 모른다.”
[인터뷰] 이상해도 그럴싸한 세계로, <거짓거짓거짓말> 황진성 감독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질투는 나의 힘’ 최우수작품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