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단편영화 <신도시 키드>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초청됐던 남소현 감독에게 올해의 미쟝센단편영화제는 퍽 다른 느낌으로 찾아왔다. “2020년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라 네트워킹 자리가 아예 없었는데, 이번엔 여러 자리에서 아주 많은 창작자와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 영화가 어땠는지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신기했다.” 영화에 대한 반응 중 어떤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묻자 감독은 “연출자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터라, 많은 분이 영화가 ‘담백하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되게 기뻤다”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감독의 말처럼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는 카메라와 인물 사이, 관객과 인물 사이, 연출자와 인물 사이의 적절한 거리감을 통해 관객 각자의 사유를 적절히 종용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베를린에 7년 동안 거주 중인 은하(정재원)다. 이제 곧 한국에 돌아가려는 은하는 베를린에 무엇을 두고 갈지 고민하고, 이 시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사색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와중에 베를린에 새로 온 한국인 윤정과 만나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기도 한다. 영화의 배경이 베를린으로 설정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베를린에 8년 동안 살았던 감독은 “베를린을 떠나고 그 공간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생기고 나니까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는 해외 생활에 대한 어느 청년의 방황기로 그려지되, 더욱더 포괄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다. “꼭 해외에 살았던 사람뿐 아니라 집과 고향을 떠나온 사람, 지역을 떠나 서울에 사는 사람 등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며 “우리는 누구나 은하처럼 어제를 떠나 오늘로 왔고, 오늘을 떠나서 내일로 가며 어쩔 수 없이 밀려나가듯 하루하루를 산다”라는 것이다. 다만 관객에게 특정한 감정과 생각을 강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감독은 “소설과 같은 장편영화의 방식이 아니라 시의 형식에 가까운 단편영화의 특질을 고려”했다. “은하가 무슨 일을 하고, 왜 한국에 돌아가려고 하는지 등의 디테일한 설정을 굳이 작중에 넣지 않았다. 은하가 최대한 다면적인 성정의 인물로 비치길 바랐던” 것이다.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는 이정홍 촬영감독에게 촬영상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남소현 감독은 촬영의 기준에 대해 “베를린은 원래 내가 살던 삶의 영역이다. 이곳을 정말 ‘외국’처럼, 혹은 보편적으로 상상하는 베를린의 모습처럼 찍기보단 인물이 생활을 이어가는 리얼한 공간으로 찍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하여 작중의 카메라는 큰 움직임 없이 대개 공간의 정적인 분위기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쪽으로 활용됐다. 차후의 연출 계획을 묻자, 감독은 “가장 무서운 질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곤 숙고한 뒤 답했다. “사실 영화를 만드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고 느낀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찍으려면 항상 타인을 관찰하고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 시간을 통해 내 마음이 조금씩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게 영화 만들기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나의 마음이 조금씩 넓어지도록,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남소현 감독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고양이를 부탁해’ 최우수작품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