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리뷰] 낯선 역사의 내장까지 침투해 기억을 깨우는 카메라, <1980 사북>
김소미 2025-10-29

“사북에서 나만 탈출했다.” <1980 사북>은 혼자 살아남았다는 한 남자의 죄책감 서린 목소리로 열린다. 1980년 4월, 저임금 착취와 어용노조의 폐해에 맞선 사북의 광부들이 항쟁을 벌였다. 유혈 사태는 노동자, 경찰, 노조원의 가족까지 폭력의 가담자와 피해자를 뒤섞어놓았다. 계엄군 투입 직전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이후 시위에 참여한 광부들이 체포·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사북항쟁의 트라우마는 짙어졌다. 영화는 시대의 야만을 단순히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존자들의 엇갈리는 증언을 모자이크해 이 혼란을 기록하려 한다. 100여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아카이브를 수집해 국가 폭력이 공동체를 와해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오늘날 되풀이된 풍경에도 닿는다. 다중의 진실과 슬픔이 맺힌, 그러나 잊혀진 역사를 들여다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곧 <1980 사북>의 윤리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