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동에 있는 문화공감수정은 194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다. 해방 이후엔 개인 소유의 식당으로 활용되다가, 2010년 이후 문화재청의 매입과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건물 복원을 거쳐 2016년에 지금의 문화공감수정으로 탈바꿈했다. 지금도 시민의 출입이 가능하며 종종 미술 전시회 등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일본식 가옥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 시대극에 어울리는 시공간적 배경 덕에 문화공감수정은 영화 <장군의 아들>(1990)부터 가수 아이유의 <밤편지>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콘텐츠의 촬영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문화공감수정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일본식 목조 가옥과 조경의 아늑한 조화다. 출입문에 들어가기 전부터 잘 꾸려진 정원의 수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건물의 1층엔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외부에서도 내부의 구조가 잘 드러나고, 내부에서도 외부의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덕에 가수 아이유의 <밤편지>뮤직비디오는 내부에서도 바깥 정원의 모습을 아스라이 묘사하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일본식 가옥의 전통적인 특징처럼 기와가 얹혀 있는 지붕과 돌출된 각종 목재 구조물의 형상이 한눈에 보인다.
문화공감수정은 크게 2층으로 나뉘어 있다. 1층은 시민들의 편의시설 등 부대 공간과 함께 중형 거실이 있고, 거실 복도 바깥으로 정원이 보이는 구조다. 통유리로 창이 나 있어 외부의 자연광이 자연스레 안쪽으로 스며든다. 방과 방은 미닫이문으로 구분되어 있어 쉽게 여닫기가 가능하고, 개별로 좁아 보이는 방들도 넓은 화각으로 촬영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1층 거실의 복도엔 툇마루가 있어 사람이 걸터앉은 장면을 촬영하기에도 좋다.
1층과 2층은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일본식 가옥의 특성상 미로 같은 구조로 인해 건물 입구와 곳곳에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 공간감을 상실하기 쉬운 건물의 구조는 공포영화나 스릴러 장르의 무대로도 적합해 보인다. 영화 <말모이><허스토리><1987>등 시대극을 찍기에 좋은 조건 외에도 공간을 활용할 여타 가능성이 열려 있다.
2층엔 1층보다 훨씬 넓은 다다미방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드라마 <정년이><삼식이 삼촌><보이스>시즌3 등이 촬영됐다. 넓은 공간 덕에 다다미방에 앉아 대화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찍기 쉬운 구조다. 넓은 방 사이가 미닫이문으로 구분되어 있어 공간을 합치거나 나누기가 자유롭다. <정년이>의 사례처럼 적산가옥의 외부 모습은 외부 공4 부산의장면들-장소.indd 131간이 더 넓게 확보된 부산의 또 다른 일본식 가옥 동래별장에서 촬영하고, 내부의 모습은 더 정갈하게 꾸며진 문화공감수정에서 찍는 방식이 영화·드라마 제작진 사이에서 유행 중이라고 한다.
빛을 등지고 내부를 보면 훨씬 정갈한 촬영 장소가 된다. 미닫이문 뒤로 보이는 복도와 다른 방들의 모습이 프레임의 깊은 심도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방의 바닥재는 물론 다다미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관리와 평상시 운영 덕에 공간 내부는 특별한 보완 작업 없이도 깔끔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내부 곳곳엔 일본풍의 화폭과 호롱불 모양의 전등이 인테리어로 설치되어 있다.
문화공감수정 정원에서 올려다본 건물의 외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