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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2, ‘부산의 장소들’, 이용수 프로듀서 인터뷰
이우빈 2025-10-27

‘내 집에 온기분’ <서울의 봄> 핸섬가이즈> <남산의 부장들> 이용수 프로듀서

이용수 프로듀서는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부산 촬영 전문 프로듀서다. 첫 제작부 일을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시작했고, 이후 참여한 <군도: 민란의 시대><대호><신세계><마약왕><남산의 부장들>등으로 필모그래피 내내 부산을 꾸준히 찾았다. 최근엔 <서울의 봄>과 <핸섬가이즈>의 프로듀서로 부산을 방문하기도 했다. 참여한 작품 모두가 부산을 대표하는 촬영작이다. 흰여울문화마을을 처음 촬영지로 발굴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아홉산숲에서 처음 촬영 수락을 받은 <군도: 민란의 시대>와 아홉산숲에 세트를 지어 촬영한 <핸섬가이즈>, 부산의 로케이션과 세트 전반을 활용한 <서울의 봄>에 모두 이용수 프로듀서의 손길이 닿아 있다. 이번 <부산의 장면들>2호의 ‘부산의 장소들’에서 다룬 중앙동 거리, 영도 일대, 아홉산숲, 이종만 가옥 등에서의 촬영을 모두 경험해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그에게 부산 촬영에 얽힌 갖가지 기억과 이야기에 대해 물었다.

-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부터 부산 촬영에 참여했나. 첫 부산의 기억은 어땠나.

사실 그땐 완전 제작부 막내였던 터라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막내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웃음) <신세계>촬영 때 유독 부산에서 촬영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조직폭력배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보니 그들이 있을 법한 빌딩이나 사무실이 많은 곳이 필요했다. 서울에는 그런 도심 속 공간에서 촬영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외곽으로 가면 도심 속 어딘가라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부산을 택했고, 사무실 내부나 근방의 도로까지 너르게 돌아다니며 부산을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 부산 전문 프로듀서로서 부산이 지닌 촬영소로서의 매력은 무엇인가.

시민들의 협조가 가장 좋은 부분이다. 아무래도 프로듀서다 보니 촬영 협조나 통제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부산은 시민들이 영화 촬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호의적이다. (웃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촬영지를 물색해주기도 한다. 촬영에 조금 난감한 점이 생기면 아는 분이 있다고 연결해주고 또 그 지인을 통해 다른 분을 소개받고…. 그런 방식으로 촬영지를 찾은 적이 많다. 촬영 공간을 소개해준 분과는 아직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 어떤 촬영 공간이었나.

<신세계>에서 이중구(박성웅)가 최후를 맞이하는 공사장 건물이었다. 설정상 그런 모양의 폐건물이 꼭 필요했는데 시민 분의 협조로 찾을 수 있었다. 부산에는 영화에 진심인 분들이 유독 많은 것 같다.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프랑스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웃음) <남산의 부장들>때 프랑스 촬영을 간 적이 있었는데 프랑스 시민들은 촬영 통제를 하면 정말 조용히 기다려준다. 심지어 컷이 끝나면 막 박수를 쳐주시기도 한다. 행인이 지나가면서 떠들면 시민들이 조용히 해달라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프랑스는 창작자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었다. 부산에서도 시민들이 영화 촬영에 그만큼 친절하게 대해주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 <신세계> <서울의 봄>은 부산 중앙동, 초량동, 영주동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부산 거리가 지닌 촬영의 이점은 무엇인가.

공장 단지나 외곽의 분위기를 낼 때는 사상구나 사하구쪽에 자주 가기도 했고, 서울 같은 도심의 분위기가 필요할 땐 부산진구도 가곤 했다. 서울의 공간성이 드러나면서도 교통과 통제가 훨씬 편리하다 보니 촬영에 유리한 점들이 많다. 다만 최근 들어 자주 찾았던 부산의 촬영지가 많이 개발되고 변한 곳도 많다. 이제 중앙동 거리 일부 말고는 시대극을 찍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지기도 했다. 그래도 중앙동은 아직 70년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헌트>처럼 대로를 아날로그로 세팅해서 촬영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골목은 어느 정도 CG로 처리할 수 있지만 중앙동 정도 규모의 실제 로케이션 장소를 찾기란 쉽진 않다.

- 중앙동뿐 아니라 아홉산숲도 자주 찾은 것으로 안다. 제작진으로 참여했던 <군도: 민란의 시대>가 이곳에서 첫 촬영 수락을 받았다.

맞다. <군도: 민란의 시대>때 함께 일하던 제작팀 친구가 섭외에 성공했고, 촬영 전에 산 곳곳을 정말 샅샅이 뒤졌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산 내부 촬영을 하기에 마땅한 장소가 정말 드물다. 산은 많지만 임도(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도로.-편집자)가 잘 조성된 동시에 촬영 공간이 적당히 확보되어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그때도 부산에 있는 산을 거의 다 다녔는데 아홉산숲만 한 곳이 없었다. 대나무, 금강소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고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많은 촬영지가 나온다. <대호>촬영을 통해 숲 운영주를 알게 됐고 이후 <핸섬가이즈>촬영 때도 도움을 받았다. <핸섬가이즈>는 아예 숲속에 집 세트를 하나 지어야 했고, 그만큼 산 부근에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곳이 많이 필요했다. 다른 지방도 여러 곳을 찾아봤으나 결국 아홉산숲을 택하게 됐다.

- 이후에도 부산이 좋은 촬영지로 유지되고 더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하얼빈>촬영을 했는데 떠올려보니 부산에서 찍지 않은 작품은 처음이더라. 영화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부산은 제작진 모두가 좋아하고, 한번쯤은 꼭 다녀온 촬영지였다. 많은 영화인이 부산에 가면 ‘집에 온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로. 그런데 최근 업계에 들어온 젊은 스태프 중엔 부산 촬영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많더라, 운송료, 자재비, 숙박비 등 물가와 제작비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부산에서 촬영을 크게 하거나 세트를 지으려면 제작진의 큰 결심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고려할 사항이 더 많아졌다. 그러니 부산에서 꼭 촬영해야 할 당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아무래도 큰 오픈세트 부지가 갖춰져 있거나 렌트카, 숙박 시설과 연계된 인센티브 사업 등이 더 적극적으로 펼쳐지면 좋겠다. 이런 말을 부산영상위원회 직원 분들이나 부산에 계신 분들께 자주 하곤 한다. 부산에 한창 많이 다닐 땐 우스갯소리로 부산영상위원회 명예 직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냔 얘기도 들었다. (웃음). 그래서 더 그립고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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