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급 감독들의 신작 AI영화 특별 영상 상영과 출연배우가 참석한 GV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콘퍼런스를 통해 채수응 감독은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를, 강윤성 감독은 국내 첫 AI 장편 <중간계>특별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배우 김강우·송재희·조복래·문주연은 각각 채수응, 강윤성 감독과 함께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 - 채수응 감독과 배우 송재희·조복래·문주연
관객의 선택으로 서사가 바뀌는 AI 기반 인터랙티브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가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이머시브 경쟁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2025 SGAFF를 찾았다.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는 2080년 기억 보존 시스템을 고안한 과학자를 중심으로 미제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채수응 감독은 “AI가 우리의 역할을 대체할까에 대한 고민이 들어갔다”며 "실시간으로 AI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AI 배우가 대화하며, 관객의 주관식 답변을 영상 생성 프롬프트로 재입력해 새로운 클립을 만들어낸다”고 인터랙티브 시네마의 특징을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AI가 굳이 영화를 대신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 사람이 일일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AI를 적용했다”며 창작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원테이크로 촬영된 이 작품은 배우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송재희 배우는 “촬영 들어가기 3일 전에 A4 20페이지가 넘는 대본을 받았고 버추얼 스튜디오의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촬영했다. 3일 만에 연극 한편을 올리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조복래 배우는 “2년 전 채수응 감독과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을 찍었을 때 관객과 양방향 소통하는 상황을 연기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문주연 배우는 “AI와 가상 세계, VR 기술이 엄청난 지점까지 왔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다”는 소감도 보탰다. 연극계에서 내공을 다져온 세 배우가 롱테이크 상황 속에서 다양한 동선과 지문을 소화한 경험을 털어놓자 객석의 관객들도 집중했다. 채수응 감독은 “생성형 AI가 모든 미디어를 채우면 오히려 진짜 창작자가 만드는 콘텐츠가 프리미엄이 될 것”이라며 “AI가 직접 개입하는 우리 작품과 같은 시도가 사회적 거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간계> - 강윤성 감독과 배우 김강우
<중간계>는 강윤성 감독이 약 25년 전, 영화 데뷔를 준비하면서 쓴 <뫼비우스>에 기초했다. 강윤성 감독은 디즈니+ 시리즈인 <파인>촬영 중 AI 기술을 접목한 영화제작 제안을 받고 “과거에 써두었던 시나리오를 되살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며 영화 업계에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선도적으로 작업해보고 싶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중간계>는 약 61분 분량의 판타지물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네 주인공이 납치된 상주를 쫓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히는 해프닝을 다룬다. 강윤성 감독은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채로 저승사자에게 쫓긴다는 컨셉을 가진 추격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촬영 13회차, 전체 분량의 약 30~40%가 AI 기술로 채워진 <중간계>는 그린스크린을 과감히 제하고 현장 촬영분에 집중한 뒤 AI가 만든 크리처를 실제 배우들의 모습과 뒤섞는 방법으로 촬영됐다. 강윤성 감독은 기본적으로 AI 영상과 실제 영상이 자연스럽게 섞이지 않는 이질감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중간계라는 SF적 컨셉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덕션 비하인드를 전했다. “크리처는 100% AI다. 배우가 도망가고 크리처가 뒤쫓는 모습이 한 화면에 담겨야 할 경우엔 인물 모드를 따로 찍고 그 배경에 AI를 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크리처와 인물이 어깨너머로 걸릴 때만 대역을 썼다. 인물과 적극적으로 뒤섞이는 장면이 가장 고민됐는데 여러 촬영적인 기술과 합성 양식을 통해 묘사할 수 있었다.”(강윤성)
함께한 김강우 배우에게 <중간계>는 “상상에 의존해서 촬영해야 하는 장면들에선 특히 감독님과 많은 대화가 필요했지만 동시에 배우가 실제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리얼하게 구현되기에 오히려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가 작품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창의적 영역을 담당한다면 AI가 도와주는 영역은 “폭발 장면, 고난도 액션신 등 불필요하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간을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AI 기술을 이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화에 처음 참여하게 된 김강우 배우가 “시간 활용 면에서 효율적인 지점을 체감했다”고 전하자 강윤성 감독 또한 “이를테면 차량과 트럭 충돌 신의 경우 일반적인 프로덕션이라면 그린스크린을 활용해 단계적으로 푸티지를 작업하지만 이번 경우엔 AI가 차량 충돌 장면 자체를 만들어버렸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떤 장면은 그 완성도가 기존의 CG보다 훨씬 낫다. 물론 CG의 70% 정도 수준인 이미지들도 있다. 분명한 건 프리프로덕션 때와 후반작업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사이에 이미 기술 수준이 엄청나게 변화했을 만큼 매우 빠르게 역동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