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루어질지니>(넷플릭스)는 사랑 이야기다. 인간을 타락한 존재로 여기는 정령 지니(김우빈)는 의로운 소원을 빈 ‘동방에서 온 소녀’ 때문에 오랜 세월 램프에 갇혀 지낸다. 전생에서 지니를 사랑했던 소녀는 두번의 생을 거쳐, 반사회적인격장애를 가진 기가영(수지)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니와 가영은 983년 만에 재회하여 사랑하게 된다. 지니와 가영의 사랑을 중심으로 드라마는 가족간의 사랑, 동성간의 사랑, 인간과 비인간의 사랑 등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인종과 시공간을 초월해 그려낸다. 또한 <다 이루어질지니>는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이코패스 성향 때문에 가족에게 버림받고 학교에서도 포기한 가영을, 오직 할머니만이 사랑으로 품는다. 할머니는 “무심한 게 젤 무서운 거”라며 감정을 모르는 가영이 감정을 익히도록 ‘룰’을 만들어 지키게 한다. 마을도 돌봄 공동체가 된다. 가영이 닭을 죽이려 낫을 들면 손목을 붙잡고 낫 놓고 ㄱㄴㄷ을 가르치고, 개를 해치려 하면 장승을 깎게 하며, 칼을 쥐면 떡을 썰게 한다. 그렇게 “쬐깐한 악마”를 온 동네가 나서서 키운 셈이다. 그 덕분에 가영은 “나쁘게 태어났지만” 착하게 사는 사람으로 자란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오래된 질문 앞에서 <다 이루어질지니>는 인간을 “의로운 선택”을 하는 선한 존재라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로운 선택을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돌봄과 사랑 아닐까? 인간은 서로를 돌보고 사랑할 때, ‘무감각한 존재’에서 고통과 기쁨, 절망과 희망 등을 ‘감각할 수 있는 존재’로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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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천년 전의 인연이 이어지는 판타지라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인 <도깨비>(tvN)가 떠오르지만, <더 글로리>(넷플릭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에게 ‘복수 공동체’가 필요했다면, 사이코패스인 가영에게는 ‘돌봄과 사랑 공동체’가 필요했다. 동은에게도 가영의 할머니와 마을 공동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