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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스터 클래스 -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 세르게이 로즈니차, 증언의 방식: 바라보고 기억하다
이우빈 사진 백종헌 2025-10-03

세르게이 로즈니차. 이 이름의 무게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풍경이 전쟁의 이미지로 휩싸이고 있는 지금, 더 묵직하다. 1964년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자란 그는 2000년 무렵부터 꾸준히 인류의 폭력을 다큐멘터리로 목도하고, 극영화로 전환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레닌그라드 포위전에서 발생한 인간들의 고통과 시체 더미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봉쇄>(2005), 한 러시아 트럭 운전사의 시선을 빌려 인간의 갖은 악행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풀어낸 극영화 <나의 기쁨>(2010) 등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세계는 늘 우리의 비극적 감각을 일깨우는 파문으로 이어져왔다. 제30회 부산영화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된 그의 신작 <두 검사>(2025) 역시 1937년 스탈린 체제의 권위적 부조리를 다루며 사회비판적 요소를 극의 중핵에 둔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기도 한 <두 검사>는 단지 과거의 재현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르게이 로즈니차가 마스터 클래스에서 밝힌 대로, 그가 역사를 통해 환기하는 사실은 트럼프와 푸틴의 시대를 사는 현재의 우리가 마주한 상황이기도 하다. 9월20일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 ‘세르게이 로즈니차, 증언의 방식: 바라보고 기억하다’에선 그가 영화를 대하고, 현실을 만드는 형식에 대해 더 깊숙하게 청취할 수 있었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첫 관심사는 수학이었다. 키이우공과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던 그는 “지금 돌아보면 으레 말하는 ‘AI’의 논리를 공부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고 회고하며 “특정한 논리구조를 만들어 그 안에서 계속하여 생각하는 수학적 방식”을 영화 연출에도 적용한 과정을 떠올렸다. 이를테면 그가 아카이브 푸티지 영화를 만들 때, 실제로 필름을 만지는 작업보다 우선하는 일은 그 영화만의 논리적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다. 극영화라면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제한을 둬야 할지 정한다. 스스로 설정한 제약에 따르면 “각 시퀀스의 카메라 위치는 마치 수학 공식의 답처럼 유일해진다”. 그는 영화의 절대적인 책임이 결국 연출자에게 달려 있다고 계속하여 강조했다. “영화란 결국 만드는 이가 구축한 진술(statement)이다. 영화의 서사적 전개나 중간 과정보다 중요한 바는 연출자의 개인적 진술에 마땅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영역을 오고 가는 감독답게, 그는 두 범주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했다. “픽션에서 연출자는 원하는 모든 일을 대부분 할 수 있다. 반면에 다큐멘터리엔 분명한 윤리적 기준이 존재한다. 카메라 뒤에 서서 어떤 것을 목격하고, 어떤 것을 목격하면 안될지 고심해야 한다. 단순히 무지한 목격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라며 다큐멘터리의 윤리성을 특히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는 출연자의 삶을 바꿀 만큼 위험한 도구이며, 현실을 촬영하거나 편집하는 순간부터 영화 속의 현실은 오직 당신과 현실의 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하이젠베르크가 말한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관찰이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주장이다. 끝으로 영화의 ‘희망’에 관해 열변한 그의 진중한 태도가 객석에 퍼졌다. “내가 만든 영화들 속에 희망이 존재할 순 없다. 홀로코스트를 보여줄 때 대체 어떤 희망을 말할 수 있겠는가. 대신 그 영화 안팎에 어떠한 희망이 있다면 그건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을 것이다.” 즉 그는 우리가 영화를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현재 사회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면 영화의 희망이 바로 그곳에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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