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마이클 만 감독의 첫 내한이 성사되었다. 9월19일, 동서대학교-경남정보대학교 센텀캠퍼스 지하 1층 민석소극장에서 마스터 클래스 ‘마이클 만, <히트>를 다시 말하다’가 진행됐다. 일찌감치 자리가 마감됐음에도 일부 기자와 관객들은 혹시 취소표가 날 경우를 대비해 대기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마이클 만 감독의 요청으로 그의 수많은 연출작 중 <히트>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1995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히트>의 제작 과정은 마이클 만 감독에게도 “도전 그 자체”였다. “실제 삶에서 마주칠 법한 다면적이고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들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 싶었다.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닐 매컬리(로버트 드니로) 등 <히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부 나름의 입체적인 배경을 지닌 인물들”이다. 경찰과 범죄자의 관계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 놓였지만 마이클 만 감독은 단순히 이들의 추격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들의 복잡한 가정사와 삶의 배경까지 녹여내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씨실과 날실같이 얽힌 인물들이 후반부의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생각하면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이클 만 감독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궁극적인 존재는 항상 ‘인물’이다. “닐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내가 닐이라면 무엇을 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최대한 닐의 눈을 통해 보고자 한다. 다만 감독으로서 나의 역할은 캐릭터의 내면까지 완벽히 채우는 것이 아니라 ‘껍질’을 구성하는 것이다. 가령 닐은 자신이 만든 틀과 룰을 따라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닐이 사는 집 또한 전경이 훤히 트여 모든 걸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반대로 빈센트는 겉으론 유능한 형사지만 개인사는 을 했는지가 결국 그 사람을 설명한다. 연출자로서 나는 캐릭터의 상황과 선택을 보여줄 뿐이다.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마이클 만은 “주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지역에 직접 가는 방식”을 취한다. “가령 도둑에 관한 영화라면 도둑들만의 하위문화가 있을 것이 아닌가. 그것이 활성화된 지역에 가서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한다. 일단 그 세상에 나를 던진 뒤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내 영화의 리얼리즘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트>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후반부 총격 신도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총격전 경험이 있는 이들과 배우들이 실제 현장과 유사하게 구성된 사격장에서 실제 탄약을 넣은 총으로 해당 시퀀스를 두달간 연습했다. 덕분에 촬영 현장에선 빈센트와 크리스(발 킬머)가 서로 엄호하며 전진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담겼다. 게다가 당시 촬영 현장이 콘크리트와 유리가 많은 건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는데, 총을 쏘니까 사운드가 더 증폭됐다. 현장 녹음을 그대로 한 사운드인데 나중에 들어보니 어마어마하게 무섭더라.” 마치 어제 촬영한 영화처럼 마이클 만 감독은 세밀한 촬영 비하인드를 곁들이며 자신의 연출관을 내비쳤다.
어쩌면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했을 질문. 마지막으로 <히트2>제작에 관해 묻자 마이클 만 감독은 “2026년에 촬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 여러분과 시간을 갖기 위해 전부 정지시켜두고 왔다. LA에서는 지금 난리가 났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관객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라는 간결한 답변과 함께 이날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30년 전 <히트>가 세상에 공개됐을 때 수많은 관객을 놀라게 한 만큼 그의 차기작 또한 감독 특유의 섬세한 세계로 세상을 놀라게 할 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