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일 일요일 ACFM 내 부산아시아영화학교 라운지에선 부산영상위원회가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미국영화협회(MPA)와 공동주최하는 패널 토론의 장이 마련되었다.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프로덕션 서비스 강화’를 주제로 한 토론은 손보영 미국영화협회(MPA) 한국 대표의 주재로 열렸으며 강필재 나인테일드폭스 총괄 프로듀서, 추첸온 옥토버 픽처스 대표, 후루카와 미사코 프로듀서, 모한나드 알 바크리 요르단 왕립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카를루스 사우다냐 애니메이션 감독이 패널로 참여했다. 아시아 국가가 콘텐츠 제작의 주요 거점으로 주목받게 된 현재, 각국의 협력 체계에 대해 논의하며 토론이 시작되었다. 이후의 주요 쟁점은 폭넓게 다뤄졌는데 각국의 촬영 허가 제도와 비용 절감 요인인 인센티브 정보, 가상 제작 스튜디오와 AI 도입이 불러온 제작 효율성과 과제, 국제공동제작의 필요성에서 경제·문화의 산업적 파급효과까지, 패널들은 다양한 층위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공유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각국의 로케이션 촬영 인센티브에 대한 정보 교환에서 “홍콩은 제작 인센티브 제도가 없음에도 다수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을 유치”했는데, 국제 프로덕션이 홍콩을 선택하는 이유에 관해 추첸온 대표는 “제작비를 제쳐두고 보자면 도시경관 자체가 중요하고, 테크니션의 높은 기술 수준이 중요”하며 “창작자 역시 제작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중요한 건 비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렸다고 답했다. 또 그는 “인센티브제도는 지역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홍콩에 인센티브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의 인센티브제도에 대해 강필재 총괄 프로듀서는 <블랙팬서>의 부산 로케이션을 사례로 들며 “한국은 낮은 인센티브제도에도 불구하고 필름커미션의 실질적인 지원 덕분에 충분히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실사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로케이션에 대한 논의 역시 길게 이어졌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국제공동제작 프로덕션 서비스의 90% 이상을 담당한 강필재 총괄 프로듀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작업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애니메이션이기에 실제 로케이션 촬영은 없지만 컨셉 로케이션 조사(inspirational scouting)와 법적 절차”를 맡았고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이 배경으로 쓰였기 때문에 공공장소든 사유지든 모든 촬영 허가와 법적 절차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카를루스 사우다냐 애니메이션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는 완전히 별개가 아니며, 특히 레퍼런스와 실제 장소가 필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실사영화처럼 로케이션 스카우트 회사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라고 의견을 더했다. AI 도입이 제작 효율성과 실제 로케이션의 제약을 보완하지만 대체 불가한 리얼리티에 대한 견해도 제시되었다. AI 활용에 대한 논의는 비용 절감이라는 장점과 규제 정립이라는 차후의 과제를 남겼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공동제작과 필름커미션의 역할
부산영상위원회의 사업 경과를 설명하는 조형동 부산영상위원회 대외사업팀 매니저.
9월21일 오후 3시30분부터 부산영상위원회,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 국제필름커미션연합(AFCI) 공동주최로 ‘글로벌 공동제작 시대: 아시아 영상위원회의 현황과 새로운 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이 열렸다. 토론은 마조리 갈라스 AFCI 회원 및 교육 담당 시니어 디렉터의 주재로 호세 하비에르 레예스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 위원장, 데보라 가비넷 발리필름센터 위원장, 세키네 루리코 일본영상위원회 사무총장, 조형동 부산영상위원회 대외사업팀 매니저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패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주목하는 아시아 지역의 각 영상위원회가 마주한 새로운 역할과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호세 하비에르 레예스 위원장은 “영화 관련 기관이 왜 중요한지, 협력과 이해가 왜 필수적인지”를 설명했다. “영화 전담 정부 기관의 특징으로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짚고 “각국의 국가 영화 생존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지역 영화권을 형성하는 데도 결정적이기 때문”에 영화 관련 기관은 “단순히 공동제작을 위한 창구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기관은 문화간 교류의 그릇이 되어야 하며, 기술적 차원을 넘어 문화적 이해와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 중인 호세 하비에르 레예스 필리핀영화개발위원회 위원장.
이와 더불어 AFCNet의 일원으로 네트워크가 주는 의미와 각 기관의 역할, 협력과 이해가 어떤 방식에서 필수적인지 여러 방면에서 설명했다. 조형동 부산영상위원회 대외사업팀 매니저는 특히 부산의 글로벌 프로젝트인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한-ASEAN 차세대영화인재육성사업(FLY)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이 모든 글로벌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이유는 AFCNet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말하며 “아시아 각국에서 위원회와의 협력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재를 추천받고, 서로를 지원하며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토론에서는 아시아 각국에서 제공하는 공동제작의 인센티브와 조건은 서로 다르지만 교육과 차세대 인재 양성, 숙련된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으로 언급됐다. 또 앞서 열린 ‘아시아 글로벌 프로덕션 서비스 강화’ 패널 토론과 같이 AI가 주요 주제로 떠올랐다. 데보라 가비넷 위원장은 “A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저작권, 창작권, 소유권 문제까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으며 이에 호세 하비에르 레예스 위원장은 “AI의 기술적 활용뿐 아니라 법적,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지 않고 논해서는 안된다”라고 동의했다. 마조리 갈라스 AFCI 회원 및 교육 담당 시니어 디렉터는 “향후 개발이나 발전만이 아니라 과거의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공유할지 역시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필름 복원에 대한 필름커미션의 역할도 재조명했다.
KOFIC x AFiS 국제공동제작 토크
‘KOFIC × AFiS 국제공동제작: 기회와 도전’ 토크 현장.
9월22일엔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아시아영화학교(AFiS) 공동주최로 국제공동제작 포럼인 ‘KOFIC × AFiS 국제공동제작 토크’가 열렸다. 국제공동제작의 사례를 공유하고 그 가능성과 현시점의 한계를 짚어보는 기획이었다. 세명의 발제자로는 현재 베트남과 싱가포르,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화 제작자 찐 르 민 항, 샘 추아 웨이시와 박준호 아드레날린픽쳐스 대표가 자리했다. 이날 포럼의 좌장은 구정아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초빙교수가 맡았다. 발제에서 대두된 주안점으로 국제공동제작의 필요성에 대한 선행 질문의 필요성과 글로벌 시장을 활용해야 하는 이유, 관객을 설득할 현지화의 중요성이 함께 거론되었다. 베트남의 국제공동제작 사례를 소개한 찐 르 민 항 스카이라인미디어 CEO는 “베트남의 자국영화 시장점유율이 67%를 넘어섰다”는 수치를 발표하며 베트남영화의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낙관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공동제작의 현실적 어려움이 발견되는 지표로 “올해 연말까지 약 49편의 자국영화가 개봉할 예정이지만 그중 단 4편만 국제공동제작 사례”였다는 사실을 짚었으며, 검열 또한 베트남과 공동제작 시 염두에 두어야 할 도전 과제로 꼽았다. 국제공동제작에서 “마케팅과 배급 면에서도 로컬 제작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는 구정아 초빙교수의 질문에 찐 르 민 항은 “왜 국제공동제작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현지 시장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에 현지 관객에게도 설득력 있는 특별한 서사가 있어야 하며,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활용해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의에 답변하는 찐 르 민 항 스카이라인미디어 CEO.
싱가포르의 제작사 포토콜의 책임 프로듀서 샘 추아 웨이시는 폴란드와 대만, 싱가포르 공동제작의 경우를 예로 들며 “싱가포르 스태프가 참여한 국제공동 작업으로 업계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또 “싱가포르 정부가 최근 더 많은 국제공동제작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지원 제도를 확장” 중에 있으며 글로벌 영화감독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제도를 설명했다. 샘 추아 웨이시는 “글로벌 지원금은 최대 45만달러 규모, 동남아 공동제작 지원금은 최대 20만달러”로 모두 싱가포르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공동제작은 무엇인지”를 묻는 객석의 질문에 찐 르 민 항 스카이라인미디어 CEO는 “단순히 여러 나라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사적 합치와 실질적인 투자 구조가 함께 가야 한다”고 설명하며 “외국 회사가 국내 영화에 투자하는 것 또한 공동제작의 한 형태”라고 답했다. 박준호 아드레날린픽쳐스 대표는 공동제작 진행 사례에서 “어떤 국가의 금융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지, 자유시장의 기대치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를 넘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또 국제공동제작은 “매번 새로운 모델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작업이며 단순히 제작비 조달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신뢰, 공유된 비전을 중심에 두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