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교: 디텐션>의 쉬한창 감독은 2020년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부맹백 배우의 연기에 감명받아 많이 울었다”는 촬영 비화를 전했다. 진중한 연기로 감독을 울린 부맹백이 맡은 역할은 1960년대 대만 군사독재 시기, 학생을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캐릭터 해석을 두고 깊이 고민했다. “시대적 상황과 주어진 설정을 조화롭게 풀고 싶었는데, 촬영 도중에도 어딘가 막힌 느낌이 들었다. 감독님과 프로듀서, 제작자와 머리를 맞댄 끝에, 장 선생님은 오히려 시대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에서 ‘그다움’이 나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작품을 통해 부맹백은 자신만의 연기관을 정립했다. “앞서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몰입했을 때 나오는 감정을 중시할 것. 내가 곧 그 인물이라는 자신감이 좋은 연기를 만든다.” 영화 <마지막 구절>(2017)은 그에게 제52회 금종장 ‘미니시리즈 또는 TV영화 부문’에서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그는 주인공 런지에를 “가장 일체됐던 캐릭터”라고 회고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한 인물의 10년 넘는 세월을 감당하면서 그가 느끼는 희로애락을 강렬 하게 겪었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극 중 감정이 일상에 배어 힘들었으나 긍정적인 성격답게 “덕분에 캐릭터와 잘 헤어지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며 산뜻하게 정리했다. 2023년에는 제25회 타이베이영화제에서 <휴가>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안정감 있는 젊은 재능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치앙’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할때 그가 붙잡은 키워드는 “포용력”이었다. “이 남자는 이를테면 울타리가 큰 남자라고 생각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그 안에 넣어 지키려는 따뜻한 사람이다.” 부맹백은 2016년 TV시리즈 <Ba Ji Teenagers>로 데뷔했고, 이 작품으로 처음 금종장 ‘TV시리즈 부문 최우수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빛나는 신고식을 치렀다. 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부터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미술을 배워 원래는 같은 학교 미술 과에 가고 싶었다. 점수가 부족해 차선으로 재밌어 보이는 연극과를 선택했는데 신기하게 잘맞았다.” 대학 시절에는 “내 것을 창조하고 싶은 욕망”이 커 감독을 꿈꿨지만 졸업 뒤 연기 기회가 계속 찾아오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이야기 속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일, 역할에 따라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에 점점 더 흥미를 느끼고 있다”라며 직업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올해로 데뷔 10년차, 마흔을 앞둔 부맹백은 부산에 도착해 쌍무지개를 보았 다며 수줍게 웃었다. 여전히 꿈을 좇는 소년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조직의 거칠고 잔혹한 수장으로 돌아온다.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회혼계>는 딸을 잃은 엄마들의 복수극으로, 그가 응징의 대상이 된다. 오는 10월9일 공개 예정이며, 올해 부산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전편은 다 봤는데 제대로 악역처럼 나와 기뻤다. 중화권 에선 보기 드문 센 작품이라 재밌게 볼 거라고 확신한다. 오락적인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관점에 대한 질문을 던져 깊이도 있다.”
[인터뷰]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배우 부맹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