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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 AI 인력을 키워야, 김홍천 KAFA 영화인교육팀장, 양정화 프로듀서
홍수정(영화평론가) 사진 오계옥 2025-09-26

지금 전세계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AI(Artificial Intelligence)만큼 자주 언급되면서도 정확히 알기 어려운 화제가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저만큼 훌쩍 앞서가는 까닭에 AI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과 영화가 부딪치는 지점에 대해서는 찬찬히 살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9월20일 부산에서 열리는 ‘2025 KAFA AI Film Showcase’는 그런 시도에서 마련됐다. 이곳은 AI 영화 교육을 책임지는 이와 현장에서 AI 콘텐츠를 만드는 이까지 모두 모여 AI 영화를 향한 고민, 성공과 실패의 흔적, 그럼에도 감각되는 거센 흐름에 관해 고백하는 공간이다. 이번 쇼케이스를 책임진 김홍천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인교육팀장, 그리고 양정화 크리에이티브망고 프로듀서 및 공동설립자를 만나 AI 영화에 대해 들었다.

- 올해 KAFA 첨단영화제작교육과정에서 AI 영화 제작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홍천 ‘교육’과 ‘제작’이 결합한 모델이 바로 KAFA의 전통이다. 이런 전통을 살리면서도, 최근의 화두는 AI이니까 AI를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제작 교육 과정에서 어떻게 차별점을 둘지 고심하다가 잘하는 곳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MBC C&I가 제작한 <아트인더월드>와 <마테오>의 이진호, 양익준 감독이 교육생 선발 및 멘토링에도 참여해주었다. 하지만 AI 영화 교육 및 제작에 배정된 예산이 1억원밖에 안된다는 점은 어려움으로 남았다.

- 교육 과정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나.

양정화 비록 AI 관련 수업이지만 여전히 시나리오에 포커스를 두고 교육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AI 기술은 빠르게 변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어제 안되던 것이 오늘은 갑자기 되기도 하고 룩(look)이 바뀌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 교육 과정을 지켜보면서 ‘영화의 본질은 역시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했다.

김홍천 기술은 배우면 따라갈 수 있지만 이야기가 없거나 별로면 좋은 콘텐츠가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트리트먼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육생을 선발했다.

-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에서 엿보이는 경향성이 있다면.

김홍천 처음 교육을 진행할 때 AI만으로 작업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많은 교육생들이 실사 촬영도 하고 있었다. AI에서의 일관성 문제나 연기 중 세밀한 표현 등을 구현하기 위해 여전히 실사 촬영도 필요했다. 이렇듯 인간과 AI의 작업을 섞은 하이브리드 작업 방식이 많았다는 점이 의외의 지점이었다.

- 첨단영화제작교육과정을 통해 느낀 AI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홍천 1984년에 KAFA가 생긴 이래 아카데미의 장점은 봉준호 감독 같은 비전공자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AI 영화 역시 영화제작 경험이나 현장 경험이 없어도 영화를 만들 기회를 준다. 또 청소년이나 시니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투자를 받기 힘든 연출가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AI는 개인의 삶에서도 영화 찍기를 둘러싼 비용을 줄여준다. 전통적인 방식의 영화 촬영에서 개인은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다. 반면 AI는 쉽게 시도할 수 있어서 자신의 방향성을 일찍 설정할 수 있다. 이제 AI는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양정화 AI는 촬영 윤리의 측면에서도 확실한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동물 신을 촬영할 때 동물 학대가 이뤄질 위험이 없다. 또 섹슈얼한 장면, 환경 침해적 요소가 있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윤리적 문제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적다.

- 이번 KAFA AI Film Showcase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가.

김홍천 보통의 영화제작 과정에서 제작사는 영화 만드는 노하우를 홀로 간직한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 사업을 통해 하나의 랩을 구성하여 교육의 결과를 공동의 자산으로 축적하고 공유했다. 그 내용을 이번 쇼케이스 중 ‘컨퍼런스’ 코너에서 나누려고 한다. 그것이 가장 큰 의의다. 프리프로덕션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의상은 어떻게 구현했는지, 그런 세부적인 부분까지 논의하려 한다. 또한 이번 첨단영화제작교육과정에서 시나리오를 AI로 구현하는 과정에 우리만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들도 콘퍼런스에서 나누면 좋을 것이다.

- 최근 AI에 대한 영화인들의 인식은 어떤가.

양정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는 창작자 입장에서 장점이 극대화되기도 하고, 제작비에 대한 이점 역시 있으니까 이제 다들 배우려고들 한다.

김홍천 PD들이 특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연출부터 제작까지 거시적으로 전 과정을 파악해야 하는 PD들한테 특히 선호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AI 영화제작 과정 중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양정화 먼저 적절한 프롬프트를 넣어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쭉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사영화와 다른 부분이 있다. 시나리오를 써도 기술상 구현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빠르게 파악해서 방법을 고민하는 것, 적합한 방식을 찾아서 작업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에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AI와 실사를 결합하는 경향도 있다. 여러 방법을 통틀어 적당한 제작 방식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 AI를 활용해도 처음 생각과 다른 결과물이 종종 나오나보다.

양정화 그렇다. 자기 마음대로 안된다. 프롬프트를 알고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어도 컨트롤이 안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물론 실사영화라고 처음 생각과 100% 일치하는 건 아닐 것이다. AI의 경우에도 제작 과정을 완벽히 컨트롤하지 못하는 가운데 연출자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의 이미지나 영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 AI 영화제작에도 우연이 개입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양정화 AI는 대화형 미디어인 것 같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며 자기가 원하는 것과 실제로 구현된 것 사이에서 타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이 AI 영화의 특징이나 아이덴티티가 아닐까. AI를 단순한 도구로 볼 수도 있지만 일을 맡기는 위임 관계로도 볼 수 있다. 창작자와 대화하며 협업하는 구조가 AI 영화만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 AI 영화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김홍천 앞으로는 VFX 아티스트처럼 AI 아티스트가 영화, 드라마 등 어디에나 있을 것 같다. 반면 실사영화는 AI 영화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형태로 갈 것 같다. AI 영화는 한류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금 한국영화가 한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래를 생각할 때 지속적으로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선 AI 인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정화 자라나는 세대는 이것을 레거시미디어로 바라보는 데까지 나아갈 것 같다.

- AI 영화에 남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김홍천 프랑스에 AI 영화제를 운영하는 제작사가 있는데, 시간이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AI만이 할 수 있는 미학적 표현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들었다. 경제적인 요소를 떠나 AI만이 구현할 수 있는 미학적인 부분분이 발굴된다면 장르로서 AI 영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양정화 가령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AI로 만들기는 어렵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SF나 비주얼이 압도하는 장르일 때 AI 작품의 러닝타임을 견디기 수월했다. 반면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는 인물의 표정과 호흡에 집중한 채 관객이 견뎌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런 일상성의 영역을 어떻게 잘 구현하느냐가 앞으로 AI의 과제일 것 같다. 여전히 AI의 질감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관객도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2025 KAFA AI Film Showcase, 9월20일부터 21일까지 열려

한국영화계의 주요 기관과 영화인이 모여 AI 영화의 오늘을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MBC C&I가 손잡고 ‘2025 KAFA AI Film Showcase’를 개최한다. 쇼케이스는 9월20일부터 2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의 영진위 2층 표준시사실 및 KOFIC CAFE에서 열린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크리에이티브망고, 로카(LOCA)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최근 영화계의 AI 바람을 눈여겨보던 영진위는 지난 4월 MBC C&I와 ‘AI 기반 영화·영상 인재양성 및 제작 활성화 협약(MOU)’을 맺었다.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 대상작인 <마테오>의 제작지원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쇼케이스는 협약의 연장선에서 기획했다.

행사는 올해 KAFA에서 진행된 첨단영화제작교육과정의 성과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교육은 그간 3D, VR, XR 등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기술을 다뤄왔는데, 올해는 AI에 초점을 맞췄다. 13명의 교육생이 총 5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그중 <시구문>은 올해 서울 국제 AI 필름 페스타에서 ‘필름 콘텐츠’ 부문 대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그외 <낙하의 조각> <벌레> <안개주의보> <아틀란티스의 꿈> 등이 ‘AI 콘텐츠 스크리닝’ 코너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SF, 판타지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극, 호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또 <RAPHAEL> <조선의 앨리스> 등 MBC C&I AI 콘텐츠랩을 통해 제작된 10편 이상을 묶은 쇼릴도 상영된다. 두번에 걸쳐 이뤄지는 콘퍼런스에서는 AI 영화를 만든 영화인들이 경험과 고충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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