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VFX·가상융합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형 AI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인 2025 경상북도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이하 경북AI영상제)는 단계별로 양경미 집행위원장의 손길이 닿아 있다. 국제 콘퍼런스와 마스터 클래스에 AI가 직면해야 할 동시대성을 더하거나 경북 지역 색깔에 맞춰 행사 방향을 맞추는 등 세심한 기획을 토대로 골격을 세웠다. 영화와 AI의 지속 가능한 융합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양경미 집행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영화산업의 위기론 속에 그가 발굴한 희망이 기대 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 AI가 다양한 주제에 접목되는 지금, AI 영상제를 진행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통문화와 최첨단 산업이 함께 숨 쉬는 경북은 산업의 중심이 AI로 바뀌어가는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느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지역 산업 구조와 인재 전략을 새롭게 짜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번 영상제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AI와 영상산업을 잇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 특히 구미·포항·경산·청도 등 4개 시군이 함께한 지역적 특성이 눈에 띈다. 경북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이유는.
경상북도는 여러 도시가 함께 협력하고 공생하자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각 시의 특성에 맞춰 영상제를 기획한 이유도 여기서 비롯했다. 구미는 전자·IT 산업의 허브이고, 포항은 철강과 첨단소재 기술의 중심지다. 경산은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한 교육·혁신 도시이고, 청도는 풍부한 자연경관과 전통 문화유산으로 유명하다. 이 네 도시가 가진 서로 다른 개성과 장점은, AI와 메타버스 기술이 산업·예술·문화·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기에 좋은 무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구미에는 국제 콘퍼런스와 산업 부스를 마련해 마켓 활성화를 꾀했고, 포항은 탄탄한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 중심의 영화제 시상식을 열었다. 경산은 대학과 젊은 세대가 많다는 점을 살려 게임 페스티벌과 세미나를 진행했고, 청도는 전통 문화유산 복원과 체험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니어 세대를 주인공 삼아 AI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관객과 창작자가 네 도시를 넘나들며 새로운 영상 언어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 점이 이번 영상제의 가장 큰 특징이다.
- 막날 진행된 국제 콘퍼런스는 AI를 무작정 예찬하기보다 기술이 가져온 어려움이나 윤리적 문제까지 진솔하게 다루며 동시대인들이 직면해야 할 태도를 이야기했다. 이번 영상제가 이러한 스탠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I는 영상산업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을 바꾸는 거대한 힘이 됐다. 따라서 이번 영상제는 단순한 기술 쇼케이스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낼 빛과 그림자를 함께 바라보는 성찰의 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막연한 공포만으로는 이 변화에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영상제의 총괄 디렉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창작자와 관객 모두 AI 시대의 예술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를 균형 있게 탐구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기술적 혁신의 장점뿐 아니라 저작권, 데이터 편향, 노동 변화 같은 현실적인 문제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때 오히려 더 깊고 창의적인 협력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또 경북이라는 지역적 배경과 국제적인 시선을 함께 담아내는 이번 영상제의 특성상 AI를 인간의 삶과 문화 속에서 어떻게 책임 있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 게 중요했다.
- 실제로 AI의 발전이 인간에겐 위협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신이 대체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영상제가 어떤 가교가 될 수 있나.
AI가 워낙 빠른 속도로 확장되다 보니 누구나 자신의 자리나 정체성이 위협받는 듯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번 영상제가 보여주고자 한 건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단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공모전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이 만난 작품은 단순한 ‘AI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의 상상력과 감수성, 철학이 깊이 개입된 창작물이었다. 또 국제 콘퍼런스와 패널 토론은 AI 기술을 우리의 삶 속에서 이해하고 활용는 첫걸음이 되었다. 특히 청도에서 열린 청도 시니어 미디어아트전은 AI와 친해지는 경험을 넘어 주체적 태도와 책임감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도를 통해 이번 영상제는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줄이고 이해와 공존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 고 김수미 배우를 버추얼 휴먼으로 소생시키는 프로젝트도 진행되었다. 세상을 떠난 이를 AI 기술로 다시금 돌아보는 이 과정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했다고 생각하나.
이번 경북AI영상제를 준비하며 내가 가장 신경 쓰고 공들인 행사가 바로 김수미 선생님을 AI로 복원하는 프로젝트였다. 김수미 선생님은 정준호, 신현준 배우에게 가장 가까운 선배님이자 생전 두 배우와 함께 작품 활동을 하셨던 분이라 그 의미를 살리고자 특별 GV 행사도 마련했다. 복원 작업은 시니스트와 이스트소프트가 담당했다. 반응형 AI 기술을 도입해 정준호, 신현준 배우가 김수미 선생님과 직접 대화하는 듯한 인터랙티브 경험을 연출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 AI가 기억과 감정을 이어주는 방식을 보여주고, 기술이 우리 삶 속에서 어떤 책임과 감수성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 앞으로 경북AI영상제는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을까.
경북AI영상제는 산업 발전과 창작자·관객·기업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장이 되기 위해 다양한 세션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집행위원장으로서 앞으로도 AI와 영상산업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기획할 예정이다. 올해는 영상제가 기반을 다지는 원년이라 홍보에 조금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내년에는 더 알찬 프로그램과 의미 있는 행사를 많은 관객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AI와 예술이 만들어낼 더 큰 감동을 선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