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프렌즈>의 자매로서 호흡을 맞춘 제니퍼 애니스턴과 리스 위더스푼은 2020년대를 <더 모닝 쇼>의 동료로서 헤쳐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여성으로 생존해온 경험을 살려 각각 알렉스와 브래들리라는 입체적 인물을 조형했다. 아침 방송 진행자에서 언론사 중역으로 발돋움한 알렉스,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행보로 저널리즘을 수호하려는 브래들리는 배우인 동시에 프로듀서로 나아간 두 베테랑의 몸을 빌린 덕에 선명해졌다. 네 시즌에 걸친 연기 및 제작 과정을 회고하기 위해 브라질, 베트남,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 취재진을 화상으로 대면한 애니스턴과 위더스푼은 그 자부심으로 충만해 있었다.
- 알렉스와 브래들리의 관계는 시즌을 거듭하며 변해왔다. 지금 이들은 어디쯤인가.
리스 위더스푼 시즌4가 시작할 때 알렉스와 브래들리의 사이는 다소 삐걱거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렉스가 브래들리를 못마땅해 한다.
제니퍼 애니스턴 분명 이유가 있다! 알렉스의 큰 그림을 브래들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달까. (웃음)
리스 위더스푼 게다가 알렉스는 새로운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 브래들리는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지만.
제니퍼 애니스턴 리더로서 무엇이 방송국에 좋은 일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알렉스의 과업을 브래들리는 모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에게로 돌아온다. 내 생각에 그들은 서로를 좋아한다. 엄청난 우정이다. 결국 이건 두 친구 사이의 러브 스토리가 아닐까.
- <더 모닝 쇼>는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을 강인한 동시에 취약한 존재로 묘사한다. 이번 시즌에는 대중의 시선 아래 놓인 여성이 직면하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반영했나.
리스 위더스푼 이번 시즌은 여성 리더들의 뒷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방송국 중역들이 모인 회의실에서, 권력을 가진 여성들끼리 어떤 역학 관계를 맺는지 말이다. 새 출연진인 마리옹 코티야르가 맡은 캐릭터의 가족은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고, 알렉스는 수년간 방송국의 직원이자 간판 진행자로 지내왔다. 그러나 이제 알렉스는 방송국 예산을 책임지는 위치다. 시즌4에서는 두 여성의 마찰을 볼 수 있다.
제니퍼 애니스턴 여성들은 감정을 더 섬세히 다룰 줄 알고, 극악무도해질 줄을 모른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정말 복잡한 심경으로 임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 또한 시즌4에 반영했다.
- 시즌1의 줄거리가 미투 운동과 직장 내 괴롭힘에 집중했다면, 후속 시즌들의 주제는 더 방대해졌다. 이러한 확장이 <더 모닝 쇼>의 정체성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리스 위더스푼 저널리즘의 세계는 시시각각 변한다. 시청자가 진실을 알고자 찾는 매체는 무엇인지, 애초에 진실이란 무엇인지 등 여러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운이 좋았다. 우리가 아침 방송이라는 형식을 정립해놓은 덕에 이야기를 다양한 주제로 확장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에서는 왜 팟캐스트가 주목받을까? 그것들과 미국 공영 라디오(NPR) 중 무엇을 믿어야 할까? 그런데 NPR은 예산을 삭감당하고 있지 않나?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는 이 시리즈를 제작하는 지난 7년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추적하고, 기록해왔다.
- 브래들리와 알렉스는 각각 어떤 곳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나. 그들 각자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 고민해봤다면 들려주길 바란다.
리스 위더스푼 이번 시즌에서 브래들리는 아주 놀라운 장소로 향한다. 어디인지는 말할 수 없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곳이라 모두 충격받을 것이라고만 말해두겠다.
제니퍼 애니스턴 방금 리스의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 장난치는 게 아니라 보여줄 수도 있다. 아쉽게도 다리에 났지만. (웃음) 캐릭터의 성장 과정이라는 게 있지 않나. 그 시작점과 도착점이 있기 마련이다. 알렉스의 경우 경영진으로서 더 큰 권력을 갖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 경험인지 깨닫는다. 그러니 당신의 목표를 조심해야 한다. 부패는 젠더를 가리지 않으니. (웃음) 이번 시즌은 알렉스가 높은 자리를 갈망하는 모습,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내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훌륭하게 탐구했다. 알렉스는 그 과정을 거쳐 이전과 전혀 다른 곳에 도달한다.
- 두 캐릭터 모두 엄청난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재발명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들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회복과 쇄신에 대해 배운 것이 있다면.
리스 위더스푼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나서줄 진정한 친구는 소수라는 것. 그건 이 시리즈의 핵심이기도 하다.
제니퍼 애니스턴 매우 동의한다.
- 네 시즌에 걸쳐 함께 일한 동료 배우이자 총괄 프로듀서로서 두 사람의 협업은 어떻게 진화했나.
제니퍼 애니스턴 우리 둘은 이제 흐름을 탄 상태다. 네번의 시즌을, 거의 900년 같은 시간을 함께했으니 말이다. 이제 이 작품은 스스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 제작진 덕분이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리스나 다른 누군가가 해내고 있다. 간단히 말해 아주 아름다운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리스 위더스푼 이제는 어느 정도 자연스럽고 수월해진 것 같다. 새 시즌으로 돌아오다니 정말 기쁘다.
제니퍼 애니스턴 시즌3와 시즌4 사이에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왠지 떠난 적이 없었던 것만 같다.
리스 위더스푼 그러니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니 시청자들에게 미안하다.
- 일터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써온 배우이자 프로듀서로서, 당신들의 뒤를 따르고 싶은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제니퍼 애니스턴 함께 성장해온 리스와 내가 함께 성취해 기쁘다. 과거 여성들은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자가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치면 귀엽다는 소리나 듣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젊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리스 위더스푼 동료와의 협업이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제니퍼와 내가 서로 알고 지낸 것도 행운이지만, 서로 연락해서 <더 모닝 쇼> 각본이 얼마나 좋은지, 여기에 함께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눈 것도 큰 행운이었다. 제니퍼가 안 하면 나도 안 할 거라고도 했다. (웃음) 그러니까 이 작품은 우리 둘이 힘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신의 친구들, 초심자였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과 어떤 일을 도모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니퍼 애니스턴 <프렌즈>에서 내 여동생이었던 리스가 내 프로듀싱 파트너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리스 위더스푼 그렇게 <더 모닝 쇼>는 내 삶에서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이 되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