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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에게 열린, 우리의 공간을 위해
조현나 사진 최성열 2025-09-18

시민 모임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결성되었나

서울시는 11월 개관 예정인 서울영화센터를 이유로 오!재미동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영화센터가 오!재미동의 운영 목적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중엔 오!재미동에서 수업을 수강했거나 수업을 통해 감독 데뷔를 했고, 전시를 진행했으며, 영화를 보고 아카이브를 이용해온 관객, 감독, 작가, 시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부 시민들은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란 모임을 결성해 오!재미동 운영 종료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1500여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동참했다. 21년간 일반 청년 외에도 노약자, 교통약자를 위한 문화플랫폼으로서 기능한 오!재미동은 시민들에게 대체 불가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접근성 높은 복합문화공간

오!재미동은 하루 평균 200명 이상 방문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술했듯 오!재미동이 문을 닫는 건 서울영화센터가 일종의 대체 공간이 될 거란 이유에서이지만 서울영화센터와 오!재미동은 공간의 성격과 운영, 주체,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고 다수가 입을 모은다. “극장 상영작만 예를 들더라도 오!재미동에선 단편영화를 주로 상영하는데 서울영화센터에서도 마찬가지일지 미지수”(이진희 오!재미동 운영총괄)이며 정철현 대리 또한 “오!재미동은 영화를 좋아하거나 영화에 관해 배우려는입문자를 위한 공간인데 서울영화센터는 정확히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방향성이 다소 모호하다”고 전한다.

시민모임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이민화 감독은 2022년 오!재미동에서 영화제작 워크숍,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을 들은 수강생이다. “수업 때 선생님들이 담임선생님처럼 완성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수강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업이었다.” 이후 꾸준히 영화를 제작해온 이민화 감독은 2025 EBS 국제다큐영화제의 ‘KOKCCA 신진다큐멘터리창작자 피치’에서 <남해에서 온 소년>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금도 예전 수업 내용을 틈틈이 참고한다고 말한다. “오!재미동의 단편영화 제작워크숍 언더그라운드 플러스는 20년간 지속되어왔다. 오랜 시간 신인 연출자를 배출해온 만큼 쌓인 경험과 역량이 상당할 텐데, 이러한 무형의 가치를 배제하는 결정에 납득하기 어렵다. 같은 비용이 투입된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를 낼 것이라 판단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김리아 작가는 10여년 전 공모에 당선돼 오!재미동에서 전시를 진행한 뒤, 이번 ‘금의환향’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번 오!재미동을 찾았다. “오!재미동 전시장은 우리나라 전시 공간의 한계를 벗어난 곳이다. 국공립 미술관에서도 무료 전시를 열지만 여러 이유로 노인과 장애인이 방문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오!재미동 전시장은 지하철 역사 안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심리적 거리감이 낮아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가 정말 많이 들른다. 장소만 갖춰놓으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 건 시민들이 문화를 즐길 권리를 일방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이다.”

오!재미동의 대체불가성을 존중해야 한다

시민모임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일원인 문보미, 박수려씨는 이전에 오!재미동 아카이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곳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3~4월부터 의견을 나누다 7월 무렵 본격적으로 시민모임을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모임이 첫걸음을 뗀 데에는 이용객의 반응이 크게 작용했다. “아카이브에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신다. 20대 젊은 이용자가 는 건 사실이지만 문화소외계층도 여전히 많다. 매일 도장 찍듯 들르는 단골 어르신들이 있고 간혹 노숙자들도 이곳에 오신다. 오!재미동이 없어진다고 하니 다들 하늘이 무너질 듯 놀라시더라. 낙담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보니 너무 아쉬웠다.” (문보미) 젊은 이용자들은 오!재미동이 없어지면 다른 대체 공간을 찾아갈 수 있지만 “연세가 많은 이용객의 경우 OTT 플랫폼의 개념도 잘 모르고, 새 공간을 방문하는 게 쉽지 않”(박수려)다. 오!재미동이 사라지면 일부 이용자에겐 영화를 접할 곳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지역마다 해당 지역의 역사성을 보유한, 접근성이 좋은 문화공간이 다수 존재하며 일종의 문화 허브처럼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재미동이 그에 걸맞은 대표적인 사례다. 갑자기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고 해서 오!재미동의 기존 이용자들이 모두 그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재미동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도 없다.”(박수려) 요컨대 시민모임 일원은 서울영화센터가 들어서더라도 오!재미동과 같은 기존 미디어센터를 그대로 운영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해서도, 예산과 행정 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에 서로 동의하고 있다.

시민모임 일원은 앞으로의 활동을 고민 중이다.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도 조금씩 답변이 달라질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시민들은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다. “현재 서울시의회 회기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시의원들에게 연락을 넣어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박수려씨는 덧붙였다. 지난 9월3일, 시민모임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발송한 보도자료에서 서명운동 주최측은 “오!재미동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21년간 시민이 함께 만들어온 공공문화자산”이라며 “서울시가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면 시민의 삶과 문화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오!재미동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된 재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카이브 방명록

오!재미동 운영 종료 반대서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