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SBS 시트콤 <나 어때>를 시작으로 올해 말 공개될 우민호 감독의 신작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배우 조여정은 단막극을 포함해 20편이 훌쩍 넘는 드라마에 드나들었다. 스크린에 아이코닉한 발자국을 새기는 사이사이 TV에서는 부지런히 일상의 풍경과 어우러졌다. 그는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시초 격인 <로맨스가 필요해>의 첫 주인공이었고, 지난해에는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단편 경쟁부문 레드카펫을 밟고 오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특별히 아끼는 드라마 출연작을 물었다. 아들의 범행을 감추려는 주부를 연기한 <아름다운 세상>, 어느 부잣집의 보모로 분했던 <베이비시터>를 차례로 꼽은 조여정이 그 뒤틀린 여자들이 남긴 훈장을 꺼내 보였다.
JTBC <아름다운 세상>(2019)
“<기생충> 촬영 직후 찍은 드라마다. 내가 늘 열심히 하는데, <아름다운 세상>은 과하게 열심히 했다. (웃음) 일상조차 버리고 몰입했기에 후회가 없을 정도다. 그렇게 하고 나니까 작품이 내게 다르게 남더라. 그 작품에서 내 연기가 특별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 한점의 미련도 남기지 않은 드문 경험이라 기억에 남는다는 뜻이다. 시청률이 폭발적이었던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내가 그 안에 뼈를 갈아넣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우연히 한 시청자가 남긴 블로그 게시물을 읽고서 알았다.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그동안 조여정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라고 적으셨더라.”
KBS <베이비시터>(2016)
“단막극만의 단편소설 같은 매력을 좋아한다. 지금껏 참여한 여러 단막극 중 가장 아끼는 건 4부작 <베이비시터>. 성취감이라는 걸 잘 느끼지 못하는 내게 큰 성취감을 안겨준 작품이다. 여기저기서 칭찬도 많이 들었다. 사실 연기라는 게 한번에 확 나아지기 힘들다. 노력한다고 바로 실력이 좋아질 수가 없다. 그런데 배우로서 ‘내가 좀 늘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내게는 <베이비시터>가 그 무대였던 것 같다.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던 드라마였기 때문에 해냈을 때 그 성장의 폭을 더 크게 느낀 게 아닐까. 그래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출연작 중 하나다.”
주요 드라마 필모그래피
2025 <메이드 인 코리아>
2024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
2021 <하이클래스>
2020 <바람피면 죽는다>
2019 <아름다운 세상>
2019 <99억의 여자>
2017 <완벽한 아내>
2016 <베이비시터>
2015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2012 <해운대 연인들>
2011 <로맨스가 필요해>
2009 <집으로 가는 길>
2008 <쩐의 전쟁 the Original>
2006 <얼마나 좋길래>
2004 <애정의 조건>
2004 <조선에서 왔소이다>
2003 <흥부네 박 터졌네>
2002 <야인시대>
2002 <장희빈>
1998 <나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