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기획] 이렇게나 또렷한 러브레터, <살인자 리포트>로 돌아온 배우 조여정과의 대화
남선우 사진 백종헌 2025-09-18

언젠가 배우 조여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화양연화> 스틸 이미지를 올렸다. 벽에 기댄 장만옥, 그와 마주 선 양조위의 투숏 아래에는 이런 질문이 적혀 있었다. “그녀가 내 나이에 남긴 작품이었구나.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나.” 누군가가 내려준 부표 하나에 의지해 대양을 떠도는 막막함. 그러다 언젠가는 예상치 못한 절경 앞에 도착할지 모른다는 기대감. 어느 쪽이든 그 심경의 뿌리는 같다. 배우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고 싶다는 것. 답을 찾아 떠난 조여정은 그 문장을 쓰고 2년 뒤 <기생충>을 타고 돌아왔다. 아니, 멀리 갔다. 프랑스 칸에서부터 미국 LA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위한 레이스까지 밟았다. 그제야 고백할 수 있었다. 여태껏 연기를 짝사랑해왔다고. 연기로부터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는 감각이 도리어 원동력이 되어주었다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해서 결코 이 사랑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충직한 연인은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안고 다짐했다. “지금처럼 씩씩하게 짝사랑을 해보겠습니다.”

그 후 조여정은 세편의 영화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세편 모두 지난 1년 사이 극장을 채웠다. 2024년 겨울에는 <방자전>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과 재회한 <히든페이스>, 올여름에는 누적 관객수 550만명을 돌파하며 2025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좀비딸>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9월5일, 배우 정성일과 합을 맞춘 <살인자 리포트>가 개봉했다. 조여정은 기업 비리를 취재하다 곤경에 처한 기자 선주, 정성일은 그런 선주에게 인터뷰를 청하는 연쇄살인범 영훈으로 분했다.

인물들이 첫 대면 장소인 호텔 스위트룸을 거의 떠나지 않아 “형식적으로 신선한 시도”이기도 했다는 <살인자 리포트>가 공개되기 하루 전, 배우 조여정이 <기생충> 이후 오랜만에 <씨네21> 카메라 앞에 섰다. 그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은 어디쯤 와 있나요? 그러나 누구도 그가 완주할 트랙의 길이를 모른다. 당장은 <살인자 리포트>의 긴장감을 만끽한 뒤 그의 차기작으로 예고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을 궁금해하며 기다릴 뿐이다. 다만 조여정은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만큼은 분명히 정립해둔 배우였다.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최근작을 중심으로 세편의 영화작업을 돌이켜보는 동안, 조여정과의 대화는 한명의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방법에 관한 것에서 한명의 배우로서 매일을 살아가기 위한 자세를 다잡는 시간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 조여정이 다할 수 있는, 연기를 향한 구애였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조여정과의 인터뷰와 배우 조여정이 아끼는 드라마 출연작 소개가 계속됩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