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 6번 출구에서 7시에 만나자’는 의미의 ‘3671’이라는 메시지가 휴대폰에 뜬다. 같은 시간 종로 3가로 향할 또 다른 이들이 ‘3672’, ‘3673’이라 인원수를 더해 표기한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탈북자 철준(조유현)이 자연스레 이 놀이의 일원이 된다. 남한으로 넘어온 지 7년차, 철준은 뒤늦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았지만 함께 탈북한 동료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앱을 통해 짧은 만남을 가지며 외로움을 달랠 뿐이다. 우연히 게이 커뮤니티에 참석하게 된 철준이 처음 사귄 친구는 동갑내기 영준(김현목)이다. 그러나 현택(조대희)의 등장으로 둘의 관계엔 작은 균열이 생긴다. <3670>은 탈북민이자 퀴어라는 철준의 정체성을 균형감 있게 묘사한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모호한 영역에서 영준과의 관계를 그리되 남한에 적응하기 위해 분투하는 철준 개인의 스토리 또한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 철준과 영준의 갈등, 성장 서사를 담아낸 <3670>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배급지원상, 한국경쟁 배우상, 한국경쟁 CGV상, 한국경쟁 왓챠상 등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개봉 전부터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는 <3670>의 박준호 감독, 조유현·김현목 배우를 만났다. 촬영 때부터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세 사람의 열기는 곧 이은 대담에서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어지는 글에서 박준호 감독, 조유현·김현목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