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2のスクリーンショットを掲載いただく場合のコピーライト ©2025 KOJIMA PRODUCTIONS CO., LTD. / HIDEO KOJIMA. PRODUCED BY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INC.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지마 히데오라는 이름은 낯설 수도 있겠다. 그를 박찬욱, 조지 밀러 같은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셀럽 정도로 오해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그를 두고 ‘<메탈 기어 솔리드>의 아버지’라고 말한다면 한때 게임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를 좀 아는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찰 질문이지만, 대체 고지마 히데오가 누구냐고?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게임을 만들었는지, 또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얘기해야 한다.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메탈 기어 솔리드>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고지마 히데오의 출세작인 이 게임을 빼놓고 그를 설명할 수 없다. 그가 게임 회사 고나미에 입사했던 1986년만 해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기의 성능이 그만큼 뒤따라줘야 했는데 당시 MSX 환경에서는 쉽지 않았다. 입사하자마자 <꿈의 대륙 어드벤처>(한국에선 <남극탐험>으로 알려진 <남극 어드벤처>의 속편이다.-편집자)에서 보조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끝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로스트 월드>를 기획한 그는 회사로부터 새 미션을 받았다. ‘멋진 비주얼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액션 게임을 만들되 게임기의 하드웨어 성능을 고려해 캐릭터는 3명 이내로 제한한다.’ 때로는 제약이 창작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영화광이었고, 학생 시절 8mm 카메라로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영화 <대탈주>(감독 존 스터지스, 1963)에서 영감을 받아 오리지널 게임 <메탈 기어>(MSX판)를 기획, 제작했다. 특수부대 요원 솔리드가 적지에 잠입해 적의 눈을 피해 암살한다는 내용의 스파이 액션 게임이다. 그것은 <메탈 기어 솔리드> 신화와 게임 ‘장인’ 고지마 히데오의 출발점이다.
지금이야 적의 본거지에 홀로 잠입해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 액션 게임이 널리고 널렸지만, 게임이라면 모름지기 플레이어가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던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사람들은 가급적 전투는 피하면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메탈 기어>에 열광했다. 미션을 반복 수행하는 보통의 게임 서사와 달리 <메탈 기어> 스토리는 게임보다는 영화 서사에 가까웠고, 당시 유행했던 SF와 근미래적인 세계관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솔리드의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다큐멘터리 <히데오 코지마: 커넥팅 월드>(2023)에서 고지마 히데오는 “전쟁 게임을 만들기가 불편했다. 부모님이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전투를 영웅주의로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중요하지 않고 그런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라고 <메탈 기어>를 기획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고지마 히데오 하면 아직도 ‘잠입 액션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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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 기어> 이후 기획, 제작한 <스내쳐>(1988)와 <폴리스너츠>(1994) 두 게임도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스내쳐>는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 1982)로부터, <폴리스너츠>는 <리쎌 웨폰>(감독 리처드 도너, 1987)에서 출발한 게임이다. 섬세한 캐릭터 묘사와 화면 구성, 탄탄한 영화적 스토리텔링은 이후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 <데스 스트랜딩>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같은 자신의 게임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게임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메탈 기어 솔리드>로 게임의 역사를 바꾸었지만 고지마 히데오는 여전히 진화를 멈추지 않는다. <데스 스트랜딩>(2019)은 고지마 히데오가 고나미를 나와 자신의 제작사인 고지마 프로덕션을 설립해 만든 첫 게임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접촉해 대폭발이 일어나 인류 문명이 사라지기 직전의 세계에서 주인공인 ‘배달맨’ 샘 포터 브리지스가 엄마의 유언을 받들어 흩어진 사람들을 연결하러 나서는 이야기다. 사람이 많을수록 죽음이 일어나는 역설적인 게임 세계관은 출시 직후 벌어진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렸다. 분열과 고립의 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은 게임 속에서 샘이 되어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배달하며 많은 위안을 받았다. 웬만한 영화 서너개에 달하는 7시간짜리의 컷신(플레이어가 플레이를 할 수 없는 비디오게임 속 시퀀스.-편집자)이나 전투 액션 대신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걷고 또 걷는 설정 때문에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분열과 고립으로 치닫는 세계 정세에서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고지마 히데오의 철학이 반영된 작품이다.
<데스 스트랜딩> 이후 6년 만에 출시한 신작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는 고지마 히데오의 세계관이 더욱 넓고, 깊이 확장된 게임이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했던 전작의 무대는 멕시코와 호주로 넓어졌다. 노먼 리더스, 알리사 융, 루카 마리넬리, 엘 패닝, 마동석 등 새로운 배우들도 게임 속 캐릭터로 합류했다. 선택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도 많아졌다. 적진에 잠입해 임무를 수행하는 시퀀스들이 많아서 고지마 히데오와 <메탈 기어 솔리드>의 오랜 팬들은 울컥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전투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길을 우회해도 되고, 자동차나 바이크를 타고 달려도 된다. 또 낮과 밤을 세세하게 설정해 시간이 계속 흐른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산, 강, 홍수, 나무 등 자연을 풍성하게 표현한 점도 인상적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더 넓은 세상을 연결하기 위해 걷고, 또 걷는 샘의 여정은 감동적이다. 그가 심어둔 떡밥들을 하나씩 회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통찰력이 있는지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출시된 지 2주 정도 지난 지금, 메타스코어 90점, 메타크리틱 유저 스코어 10점 만점에 9.0점을 기록하고 있으니 반응도, 평가도 매우 좋다.
한컷이라도 정성스럽게 빚어낸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면 감탄하는 동시에 이렇게까지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사뭇 궁금해진다. 더군다나 누구나 AI로 쉽게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고, 무명 배우를 캐스팅해서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시대에서, 기획부터 홍보까지 게임 공정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끌고 가고,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은 배우를 직접 캐스팅해서 3D 스캐닝 작업을 하는 데다가 전세계 주요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을 직접 만나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지마 히데오는 특별하다. 그것이 그를 게임디자이너가 아닌 ‘감독’이라고 부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