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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수하지도 깊지도 않은 싱거운 무해함, <된장이>
최현수 2025-07-02

입만 열면 술술 나오는 거짓말로 사기에 달인이었던 제니(강지영)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지리산 근처 작은 마을 용두골에 도착한다. 평생 명품을 두르고 산 그에게 한적한 전원생활은 무료할 뿐이다. 그러던 중 제니는 우연히 전설의 담금주 ‘천년삼주’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된다. 부르는 게 값인 명약을 훔치면 크게 한탕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곧장 약초꾼 된장할배(유순웅)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9살 꼬마 된장이(이주원)가 밤낮으로 창고를 지키는 탓에 계획은 꼬이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제니는 말썽꾸러기와 며칠 밤을 같이 보내기로 한다. <된장이>는 조한별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허영과 범죄에 빠진 도시의 어른이 때 묻지 않는 시골 소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영화 전반에 감도는 무해하고 순박한 정서는 지리산이라는 공간적 배경의 덕이 크다. 평생을 자연과 함께 자란 아이는 여전히 세상을 동화처럼 바라보고, 호시탐탐 천년삼주를 노리는 마을 주민들의 흑심마저 영민한 간계 대신 순진무구한 욕망처럼 보인다. 이토록 정겹고 안온한 세계라면 허례허식에 빠진 주인공의 일그러졌던 도덕성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해함을 앞세워 시골을 회복과 평화의 공간으로 묘사한 점이 도리어 영화를 싱겁게 만드는 인상이다. 번잡한 도시와 평화로운 시골이라는 전형적인 구도는 번뜩이는 인물이나 의외의 타율이 돋보이는 코미디가 등장하기 어려운 환경처럼 보인다. 아기자기한 소동극으로 이뤄진 영화기에 호쾌한 웃음과 뭉클한 교훈 사이에서 확실한 노선을 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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