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괴담 유튜브를 운영하는 다경(주현영)에겐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올려줄 새로운 공포 콘텐츠가 간절하다. 결국 다경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 광림역에 방문해 해당 역의 역장(전배수)에게 역사에서 벌어진 괴이한 일들을 전해 듣는다.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 성형을 바라던 사람, 지하철 내에서 이상한 용액과 접촉한 직장인 등 광림역 괴담을 소개한 영상이 반응을 얻으면서 다경의 콘텐츠는 단숨에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다. 채널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다경에게 주변의 축하가 이어진다. 그러던 중 괴담 속 사건의 실제 피해자가 찾아와 유튜브 영상을 전부 내려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경은 겁을 내면서도 늘어가는 조회수, 구독자 수를 포기하지 못한 채 반복해 괴담을 수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경은 점점 예민해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동료 우진(최보민)과의 사이마저 틀어지고 만다.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역장에게 다경은 마지막 괴담을 청하고, 그는 광림역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괴기열차>는 저수지의 변사 사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귀못>에 이어 탁세웅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러물이다. <괴기맨숀>의 후속작으로 아파트에서 지하철역으로 장소를 옮겨 서사를 펼치는 한편 웹툰 작가, 유튜버 등 지속적으로 신선한 소재를 발굴해야 하는 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괴담 발생지의 담당 직원에게 사연을 요청해 듣는 방식, 괴담 에피소드가 병렬적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옥수역 귀신>처럼 역사 내로 장소를 한정하긴 했으나 지하철의 자판기 등 역사의 소품을 활용하고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철도 통로의 미스터리함을 광림역의 비밀과 연관 지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경과 역장이 대화를 나눌 때마다 괴담이 펼쳐지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는데 에피소드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영화를 보고 나면 한권의 호러단편선을 빠르게 독파한 느낌을 준다. 괴담 속 당사자의 성별, 나이, 상황 등 배경 설정을 다양화해 극의 단조로움을 최소화하고 ,개연성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을 기반으로 여러 괴담을 창조해 보여주고자 한 시도는 인상적이다. 다만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일부 에피소드의 비주얼적인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그 밖에 <괴기열차>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상과 괴담의 균형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다경의 직장 생활과 괴담을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극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다경의 일상엔 약간의 유머와 로맨스를 배치하고 괴담 파트에선 긴장감을 높여 주기적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개별 괴담 에피소드에서의 몰입감을 높인다. <괴기열차>에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주현영은 다경의 일상 속 유머부터 호러까지 무리 없이 커버하면서 연기력을 증명해냈다. 배우 전배수 또한 역장의 비중에 비해 화자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두 주연 외에도 배우 정한빛, 김우겸, 한동희, 진성찬, 김나연 등 개별 괴담 속에 출연하는 조연들의 연기 또한 빛을 발한다. 도시괴담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킬링타임용 무비로서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작품이다.
close-up
다경이 “호러 퀸 다경!”이라 외치며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 곧바로 사건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 사이에서 들려오는 다경의 독특한 인사법이 극에 여유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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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감독 김민하, 2024
수능 만점을 위해 불 꺼진 학교에서 괴담을 실현하는 학생들의 이야기. 유튜브 채널을 키우고자 괴담을 수집하고 종국엔 괴담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다경과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속 여고생들의 모습은 일면 닮아 있다. 성인이 된 학생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어쩌면 다경과 같은 ‘호러 퀸’을 꿈꿀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