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기업 렉스코프의 억만장자 CEO인 렉스 루터가 전설적인 악당으로 불리는 이유는 초능력 없이 인간의 지능만으로 슈퍼맨과 맞섰기 때문이다. 그는 슈퍼맨의 등장을 인류 발전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과학적 천재성을 슈퍼맨을 제거할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다. 니컬러스 홀트에게 상징적인 빌런을 연기하는 일은 “설레고 흥분되는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부담이 따랐다. 그 불안을 잠재워준 건 “세계관이 탄탄히 구축된 각본”이었다. “특히 등장인물간의 역학 관계가 감탄스러울 만큼 완벽하게 맞물려 있었다. 대본을 읽을수록 이 이야기가 걸출한 작품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고, 그 예감은 현장까지 이어져 연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제임스 건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홀트는 캐릭터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해석 작업을 중요시한다. 그의 1차 캐릭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렉스 루터는 “인간주의자이자 스스로를 신적인 존재로 여기는 천재”다. 루터가 슈퍼맨에 적대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를테면 렉스는 어떤 시험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슈퍼맨은 아무 노력 없이 천부적인 능력으로 그 시험을 쉽게 통과해버린다. 타고나기를 매력적이고 똑똑하고 강한 초인. 렉스가 갈망하는 모습 그 자체인 슈퍼맨은 존재 자체로 렉스에게 분노를 일으킨다. 모멸감과 열등감은 렉스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였다.” 방향성을 잡은 뒤에는 감독과 서로가 영감받은 참고 자료를 공유하고 “따로 렉스가 읽었을 법한 책들을 찾아보며 캐릭터를 확장”해나갔다. 함께한 데이비드 코렌스웨트 역시 학구적인 배우라 대화가 잘 통했다고. “데이비드는 클래식하게 훈련된 배우다. 장면의 목적을 정확히 짚어내고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고려하는 협력적인 사람이라 함께 일하기가 무척 수월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후 다시 삭발한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그는 외형을 만드는 작업이 무척 즐거웠다고 전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내 비스트 분장을 맡은 메이크업팀과 조우해 손발이 척척 맞았다. 코믹스 속 렉스의 이미지를 가져가 ‘이런 느낌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면 곧바로 섬세한 분장이 시작됐다.” 여기에 마치 “렉스가 맞춤 제작을 주문한 듯한 개성적인 패션”이 몰입을 더했다. 그는 운동에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자신을 ‘최고의 알파’라고 믿는 인물이라면 육체적으로도 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략가인 렉스 루터의 액션은 어떤 식으로 그려질까. “아직은 자세히 얘기할 수 없으나 렉스는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고도화된 게임을 하는 사람답게 많은 액션 시퀀스에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뒤에서 조율하고 조작하는 역할을 한다. 복잡한 수싸움을 정교하게 풀어내는 과정이 대본에서 특히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