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랑이>에는 여백이 많다. 포스터에는 바다가 있지만 화면에는 물 한 방울 없다. 운전하는 배우의 손에는 핸들이 없다. 차체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물질적 제약에서 비롯된 창조적 몸짓들이다. 영화가 기댄 실화, 그를 바탕으로 쓰인 원작을 감안했을 때 ‘없음’을 끌어안는 동작은 그 자체로 윤리적 선택이 된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전라남도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희생자 시신을 수습한 고 김관홍 잠수사를 기억하는 작품이다. 원작은 팟캐스트 제작진으로서 김관홍 잠수사를 처음 만난 김탁환 작가가 쓴 소설 <거짓말이다>. 그 제목은 생전 김관홍 잠수사가 자주 되뇌던 말이라고 한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거짓말로 모면하려는 이들이 그를 괴롭게 했기 때문에.
영화는 그 가시 같은 탄식을 뒤로하고 김탁환 작가가 김관홍 잠수사에게 붙였던 별명을 소환했다. 바다를 일터로 삼은 한 가족의 아버지는 호랑이처럼 묵직한 걸음으로 다른 누군가의 자식들을 바다로부터 데려왔다. 그는 왜 그곳으로 갔을까. 그리고 왜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지속했을까.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시나리오를 구현한 영화는 허공을 포옹하는 장면을 들어 질문했고, 그 장면은 2014년 4월을 잊지 못하는 관객까지 어루만진다. 쉽지 않은 배역을 만나 생애 첫 주연에 도전한 배우 이지훈, 마찬가지로 처음 제작에 임한 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가 푸른 조명을 향해 손을 뻗기까지 걸린 시간을 회고했다. 그들은 한명의 시민으로서 느낀 죄책감을 동력으로 삼았지만 관객에게 슬픔 이상의 치유를 선물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지는 글에서 배우 이지훈과 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