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커버스타
자연스러운 리더십의 팀, 배우 최우성 이봉준 김지우 인터뷰
최현수 사진 오계옥 2025-06-25

영진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합창부장 양원대(최우성)는 만만한 노세훈(윤현수)에게 후보를 제안했다가 뒤통수를 맞는다. 등록 직전 곽상현(이정식)의 캠프에 합류한 세훈의 배신을 뒤로한 채 원대는 학교의 마당발인 박지훈(이봉준), 영진고의 첫사랑 하유경(김지우)과 손을 잡는다. 정치드라마의 생명은 두 후보간의 팽팽한 호각지세에 있다. 넘치는 부와 파격적인 캠페인으로 무장한 상현의 캠프에 맞서는 양원대 캠프의 전략은 정공법이다. 우직함과 두터운 신망을 등에 업고 익숙함을 무기로 내세운 양원대 캠프는 선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인다. <러닝메이트> 속 불꽃 튀는 라이벌 구도는 인터뷰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맞은편에서 상현의 캠프가 박장대소를 하자 양원대 캠프의 세 배우는 이에 질세라 더 크게 웃음꽃을 피웠다.

김지우, 최우성, 이봉준(왼쪽부터).

- 선거캠프 특유의 팀워크가 돋보인 촬영 현장이다. <러닝메이트>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소개해달라. 시나리오를 읽고 마주한 인물은 어떤 인상이었나.

최우성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양원대 역을 맡았다. 원대는 야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친구다. 처음에는 그런 그의 집착에 집중하다가 불현듯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만의 고충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상의 자리에서 짊어진 책임감과 그에 따른 고독함을 느끼고는 감독님에게 그런 원대의 모습을 녹여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학창 시절 뭐든 잘하고 싶은 의욕 너머에 고독함을 내뿜는 장면을 살짝 더해 보았다.

이봉준 세훈이의 절친인 박지훈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이 63개일 정도로 활달하고 두루두루 교우 관계가 좋은 인물이다. 하지만 막상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터라 촬영장에서 여러 인물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지훈을 연기하는 게 걱정됐다. 다행히 촬영 전부터 다른 출연진과 함께할 기회가 많았다. 함께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 걱정은 자연스럽게 풀렸다.

김지우 하유경은 영진고의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허물 없이 친구들과 잘 지내고 마냥 해맑은 학생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끓어오르는 열정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유경에게서 원대의 면모가 얼핏 보인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캠프의 의지가 꺾이거나 큰일이 터졌을 때 유경이가 최대한 나서서 사기를 북돋아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두 진영의 대립 구도가 극을 이끈다. 당선이란 분명한 목표 의식이 있는 만큼 촬영하는 내내 같은 캠프의 일원끼리 동지애를 느끼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다.

최우성 응원단과 합창부원까지 유세에 투입된 친구들이 많다. 많은 인원이 모이다보니 촬영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쏜살같이 흘러간 현장이었다.

이봉준 쉬는 시간에도 캠프끼리 모여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밥 먹을 때도 캠프끼리 뭉쳐서 먹으면서 계속 우정을 다지게 된다. 게다가 서로 이기려고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기는 순간도 있었다.

최우성 상대 캠프에서 소품이나 의상이 바뀌면 우리 캠프 친구들도 새로운 아이템을 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했다. 우리의 응원 도구가 밋밋하다며 화려한 소품을 달라고 귀여운 투정을 부린 친구도 있었다.

김지우 연기 호흡에 있어서도, 함께 리허설하면서 우리 캠프가 에너지에서 밀리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자주 했다.

최우성 특히 유경이가 윤정희(홍화연)와 대면할 신이 있을 때마다 정희가 연기하는 장면을 유심히 봤다. 그러곤 다 같이 모여서 지우한테 이렇게 공격이 들어올 것 같으니 지지 말고 더 크게 맞받아치라고 조언했다. (웃음)

- 막중한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선거의 특성상 출마에는 언제나 선명한 욕망이 있다. 그 점이 정치극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세 사람이 출마한 목적은 무엇이었나.

김지우 유경은 워낙 주변에 사람도 많고 관심받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처음에 제안이 들어왔을 때 유경이가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이거 내가 잘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에 찼을 것이다. 이렇게 큰 싸움이 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기분 좋게 합류한 것이 아닐까.

최우성 원대는 전교부회장에 합창부장을 맡을 정도로 경력이 화려하다. 이렇게 자리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초지일관 생활기록부에 한줄을 더하고 싶기 때문이다. 영웅이 되어서 학교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는 전혀 없다. 오로지 대학 진학이라는 타이틀 하나만 바라보고 선거에 뛰어든 사람이다.

이봉준 사실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던 지훈이는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길 좋아하는 친구다. 원대와 유경이 먼저 캠프를 차린 뒤 새로운 후보자를 물색하던 와중에 제안이 온 것이다. 단순한 흥미로 치열한 선거에 발을 들인 경우다.

- 용감한 시민상을 받고 학우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양원대의 카리스마가 선거 초반 주효하게 먹힌다. 세 사람이 느끼기에 회장 후보 양원대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이봉준 국밥 같은 든든함 아닐까. 원대가 진짜 똑똑하다. 선배로서 든든한 모습이 있지만 그렇다고 후배들이 알아차릴 만큼 티가 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 과하면 반발심을 일으키는데 그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리더십이 있다.

김지우 원대 선배는 든든하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엄청 강하다. 부원이 많은 합창부에서도 원대를 따르는 사람이 많고 원대도 그런 부원을 넉넉하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봉준 선거 이전부터 원대는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도 부장의 위치에서 모범을 보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을 것 같다.

최우성 다들 잘하고 있군. (웃음) 내 자랑이 아니라 원대에 대한 자랑이니 말을 얹자면, 두 사람 말처럼 원대는 학생 사회의 경험이 많다. 이미 쌓아온 신뢰가 충분하기에 선거에 나온 이상 그간의 경력이 가장 큰 무기였지 않을까.

- 상현의 캠프는 비싼 선거복에 초콜릿 공세를 펼치는 등 선거 전략이 화려하다. 반면 양원대 캠프의 유세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보았던 친근한 광경이다. 학창 시절 선거를 경험했던 기억이 세 배우에게도 익숙하게 작용했을 것 같은데.

김지우 우리 캠프가 내세운 공약은 실제로 내가 학생 때 들어본 것이 많았다. 가령 수학여행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은 공감이 많이 갔다. 한창 학교에 다닐 때 수학여행이 폐지됐던 기억이 있다. 이외에도 상현의 캠프와 달리 충분히 학생 사회에서 실현이 가능하고 학교 안에서 내세울 수 있던 그런 공약들이 등장해서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최우성 주변의 친구가 선거에 나간 기억이 있다. 선거 당시 최종 연설을 교내 TV로 틀주지 않나. 그 친구가 최종 연설 도중 갑자기 자기 얼굴에 우유를 붓는 것이다. 온갖 수모를 겪고 곤경에 처해도 끝까지 해내겠다며 보인 파격적인 퍼포먼스였다. 그 친구가 결국 당선됐다. (웃음)

이봉준 학생회장 선거의 꽃은 등굣길 유세 아닐까. 거기서부터 사실 선거의 시작이다.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한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나와 열심히 선거운동을 준비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양옆으로 서서 각자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 그래서인지 합창부원들과 함께 선보인 절도 있는 응원 유세가 양원대 캠프의 확실한 매력이었다. 서강대학교 응원단과 몇달간 연습했다고. 게다가 유세 첫날에 지훈은 직접 기타를 잡고 <본능적으로>를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최우성 촬영 석달 전부터 영상을 받아서 연습했다. 캠프 팀원들이 다 같이 모이는 날마다 합을 맞췄고 응원단 단장님이 직접 오셔서 계속해 알려주셨다. 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촬영해야 했기에 한번의 실수도 없도록 음악을 틀면 바로 나올 수 있게끔 반복해서 연습에 임했다. 응원뿐만 아니라 봉준 배우는 석달 전부터 기타를 연습했고, 지우도 같은 시기에 피아노 연습을 소화했다.

김지우 극에 등장하는 합창부원들의 합창곡도 직접 연습해서 불렀다. 피아노 연주자였던 유경을 위해 노래 연주 장면도 연습했다. 세 사람 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연습이 답이었다.

이봉준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익숙했지만 막상 악기를 연주하면서 같이 불러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사실 선거 첫날 장면을 촬영 막바지에 찍었다. 기대감이 잔뜩 오른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게 한편으로 긴장되었다.

최우성 세 차례 있던 야외 유세 중 선거 첫날을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그래서 후반부에 에너지가 한풀 꺾일 수 있던 타이밍이었는데 봉준 배우의 노래가 없는 에너지마저 끌어올렸다.

김지우 그때 노래를 선거 운동원들이 다 따라 부르면서 춤추는데 호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이봉준 좀 감동이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몰랐다. 그냥 적당히 좋아해주는 정도일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게 호응해주니 고맙더라.

김지우 완전히 대성공인 무대였어. (웃음)

- <러닝메이트>는 성장물이자, 청춘물이자, 치열한 전략과 네거티브가 판치는 정치극이다. 세 배우가 생각하는 <러닝메이트>와 양원대 캠프의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최우성 상현의 캠프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반면 원대의 캠프는 이미 선거를 한 차례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미 당선된 경험이 있다면 분명 필승 공식의 전철을 밟을 텐데 그런 과정에서 우리 캠프가 마주할 장애물은 무엇일지, 익숙한 전략을 사용하는 이들이 어떤 변수를 맞이하며 변화하게 될지를 집중해서 보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이봉준 양측 캠프는 각자 그 순간만큼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내세운다. 근데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그 선택이 야기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선거를 완주하는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지 보는 것이 포인트다. 미숙하지만 끝내 헤쳐나가려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예습처럼 다가오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미 겪어본 시절에 대한 아련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김지우 각 캠프가 마주하는 난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런 어려움이 캐릭터마다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같은 사건이어도 다른 관점을 취하는 각각의 입장이 또다시 크고 작은 사건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거대한 캠프의 난관과 각자의 삶에서 마주하는 자신만의 싸움, 두 갈래를 모두 집중해서 본다면 훨씬 더 다채롭게 <러닝메이트>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