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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개봉 영화 <미치광이 피에로>
김소미 2025-06-18

1989년, 장뤼크 고다르의 9번째 영화 <미치광이 피에로>가 필름 복원을 거쳐 미국에서 재상영된 순간.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시카고 리더>에 당대 주류영화를 향한 질책을 경유해 고다르를 향한 흠모를 남긴다. “끝없는 장난기, 하지만 그것이 의존하는 과부하의 미학은 대부분의 현대영화들의 단순화된 과잉 살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의 감각적 폭격은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전제에 근거하지만 <미치광이 피에로>의 창조적 과부하는 모든 것이 아직 해야 할 일로 남아 있다는 전제에 근거한다.” 로젠봄의 감상으로부터 35년이 훌쩍 넘은 지금, <미치광이 피에로>의 국내 개봉에 관해 어떤 말을 적어야 할까. 여전히 관객의 해방에 기여하는 이 고전은 영화가 무의미와 광기를 포착하는 가장 적절한 매체일 수 있다고 말을 건다. 우리는 페르디낭(장폴 벨몽도)과 마리안(아나 카리나)이 충동과 함께 몸을 실은 남프랑스행 컨버터블카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어느 연애의 파탄을 그리는 탈선적 여정은 성찰하는 지성과 죽음으로 향하는 본능 사이에서 남과 여를 대결시킨다. 플롯이 명료한 축에 속하는 데다 친밀한 관계에 대한 소고로서는 주제가 집약되어 있어 고다르 영화로서는 드문 경우다. 다만 이 영화의 번역 불가한 생명력은 안나 카리나와 이혼 6개월차에 그녀를 캐스팅한 작품이 지닌 혼란스러운 자기 인용, 범죄 장르의 해체와 재구성, 역동적 콜라주를 이루는 색채·음악·대사의 향연으로부터 나온다. 시간이 흘러 <미치광이 피에로>는 68혁명 이전의 고다르 영화로서 정치적으로 더욱 급진적인 노선을 택한 이후 영화들에서 찾기 힘든 관능성으로 재각인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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