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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롭게 날아볼까, 더 먼 곳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딘 데블로이스 감독
이자연 2025-05-22

어떤 이야기는 차원을 뒤바꾼 뒤에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 실사화로 또 다른 모험을 떠나는 <드래곤 길들이기>는 애니메이션 3부작을 이끌어간 딘 데블로이스 감독과 함께 여정을 이어간다. 사람들 틈에 잘 섞이지 못하는 히컵(메이슨 템스)과 혼자이고 싶어 하는 드래건 투슬리스. 완전히 다른 듯 비슷한 둘은 오랜 엇박자 끝에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끝내 용해시키는 이 마법은 보다 현실적이고 생생한 움직임과 눈앞에 그려지는 실질적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공허함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딱 한 발짝만큼의 용기를 낸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든 뭉클함으로 살아남는다.

사진제공 Christian Tierney for Universal Pictures

- 애니메이션 버전과 실사화 버전의 연출을 모두 맡았다. 실사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

한 가지는 명확했다. 나는 대체작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창작자로서 <드래곤 길들이기> 애니메이션 3부작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 여정을 함께한 팀원들과 팬들을 존중하고 싶었다. 또 우리 작품이 가진 고유한 리듬감을 보여주면서도 깊은 애정을 바탕에 둔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다. 단순히 버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감각을 더해내야만 했다. 제작 초반부터 고민이 깊었다. 기존 애니메이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백하자면 나 또한 고전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열렬히 좋아하는 관객은 아니다. (웃음) 그래서 더더욱 내가 그동안 아쉬워했던 지점이 무엇인지 돌이켜보았다. 작품의 울림을 주는 영혼이 작아진 것 같고 핵심 주제와 의도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 그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사화를 하면서도 이 세계가 여전히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신중하게 작업했다.

- 실사화로 표현된 투슬리스는 여전히 귀엽고 애교가 많다. 하지만 원작보다 그 크기가 훨씬 커졌다고. 히컵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나.

정확하다. 히컵의 현실적인 체격과 균형을 맞추려면 투슬리스의 사이즈를 더 크게 표현해야 했다. 애니메이션이 실제 동물의 특징을 부각한 캐리커처에 가깝다면 실사화는 그로부터 거꾸로 작업돼야만 했다. 투슬리스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개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특히 관객들이 사랑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그것이 현실 세계에 존재할 때 어떻게 보일지 판단해야 했다. 다시 말해 이번 영화의 투슬리스는 새롭게 번역된 것이다. 그중에도 투슬리스의 큰 눈과 활짝 웃는 귀여운 모습, 부드러운 곡선형 몸체와 고양이 같은 행동. 이런 특징을 잃지 않도록 신경 썼다.

- 개인적인 취향을 말하자면 나는 모든 동물 중 용을 가장 좋아한다. 용은 하늘을 날고 불도 내뿜는 위용을 자랑하지 않나. 이렇게 멋진 용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인가.

나와 같은 드래건 퍼슨이다. (웃음) 사실 실사화는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적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환경에 있다고 믿게 하려면 현실 세계의 자연물을 참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론클은 바다코끼리를 참고했고,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는 악어를, 데들리 네더는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앵무새 계열을 참고했다. 투슬리스는 표범 같은 거대한 고양잇과 동물에서 따왔다. 이렇게 동물을 연구하면서 실제 속성을 캐릭터디자인에 흡수되도록 반영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현실감. 빛이 비늘에 닿는 방식, 피부 아래에서 움직이는 지방과 근육의 모양, 골격의 변형이나 미묘한 움직임들. 이런 것들을 진짜 생물체처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반복을 거듭했다. 정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다. 너무 멀리 가면 만화처럼 느껴지고, 멀리 가지 않으면 환상의 동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였다. 드래건을 집에 데려가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혹은 집에 있는 자신의 강아지나 고양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다. 렌더링을 할 때마다 그 생각을 되새겼다.

- 촬영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진행되었다고. 아일랜드 내의 촬영은 어떤 장점을 지녔나.

아일랜드 북부에 위치한 벨파스트에서 촬영했다. 이 지역은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영화 <던전 앤 드래곤>이 제작된 곳이기 때문에 이미 드래건 크리어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유명하고 숙련된 디자이너와 의상 제작자, 3D 프린팅 업체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또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영화를 제작하면 영화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재능 넘치는 영화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에 더없이 적합한 곳이었다.

- 서로 다른 종(種)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영화의 중심 메시지로서 우정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타인에게 냉소적인 요즘, <드래곤 길들이기>는 사람들간에 어떤 이음새가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두 가지 메시지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첫 번째, 가르침 받은 것을 기계적으로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적군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사실. 두 번째, 외형으로 평가하지 않고 한 꺼풀 벗겨 바라보면 모든 이들에게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히컵은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 중 단연 으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세상이 변하길 바란다. 우리 또한 관객으로서 알고 있다. 히컵이 사람들 사이에 끼기 어렵다는 것을. 어쩌면 히컵보다 현실 속 관객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는 히컵의 모험에 함께하게 된다. 정확히는 함께하고 싶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을 견디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진실이라 믿는 캐릭터를 왜 사람들은 응원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히컵이 바라던 세상을 똑같이 기다리는 희망이 조용히 숨어 있기 때문이다. 히컵과 같은 인물이 사람들 곁에 수용되기를 기다리면서. 이처럼 사랑스러운 바람이 영화를 보며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딱 세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숨이 턱 막히는(breathtaking), 눈부신(dazzling), 연결되고 싶은 마음(wish of bo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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