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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 배역, 나의 명장면 - 조영숙, 박수빈, 황지영 배우와 유수연 감독이 꼽은 장면들
정재현 사진 백종헌 2025-03-20

세명의 배우와 한명의 감독이 만났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75년을 무대에 선 배우들은 어떤 배역을 자신의 인생 배역으로 꼽을까. 또 이들을 2년여간 촬영한 감독은 어떤 순간을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할까. 조영숙, 박수빈, 황지영 배우에게 자신의 인생 배역을, 유수연 감독에게 영화 속 주목할 만한 장면에 관해 물었다.

조영숙

1세대 여성국극인. 1934년생으로 지금까지 현역으로 여성국극 무대를 지킨다.

“삼마이로 유명했지만 나 역시 주연도 해보고 왕도 맡아봤으며 여자 역할도 해봤다. <춘향전>의 월매를 제외하면 주로 남자 역할이 다수였다. 그래도 한 배역을 꼽자면 역시 나를 있게 한 <춘향전>의 방자다. 등장만 해도 박수갈채를 받고 말 한마디만 던지면 객석이 들썩이며 웃을 때의 희열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슴으론 한숨 쉬어도 입으로는 미소 짓는 날들이었다.”

박수빈

3세대 여성국극인. 여성국극제작소의 대표다

“10대 시절 조영숙 선생님과 함께 <성자 이차돈>을 공연했다. 여성국극이 아닌 혼성극이었는데 그 작품에서 알공을 연기했다. 알공은 메인 빌런의 부하들 중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한 인물이다. 경력이 많지 않았는데 목소리도 변조하고 남자 같은 외양도 만들어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사 첫마디를 떼는 데에만 나흘이 걸렸다. 그때 조영숙 선생님이 처음엔 다 그런 것이라며 나를 많이 이끌어주셨다.”

황지영

3세대 여성국극인. 여성국극제작소의 전 대표다

“<여성국극 삼질이의 히어로>의 삼질이를 꼽고 싶다. 조영숙 선생님의 삶을 연대기로 풀어낸 작품이고, 삼월삼짇날 태어난 조영숙 선생님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가 삼질이다. 선생님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단면 중 예술가적 자아를 형성한 분이 선생님이시다. 예술가 황지영의 심장을 연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유수연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 감독. 단편 <어릿광대>, 장편 <수궁> 등을 연출했다.

“우리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 캠핑카다. 여러 경계를 오간 여성국극인들은 스스로를 장돌뱅이 혹은 유랑민이라 규정한다. 고여 있지 않고 흐르는 노마드적 삶이 이들이 추구하는 예술의 요체와 꼭 닮았고, 이를 상징하는 수단이 영화 속 캠핑카다. 예술의 본질은 생각보다 공고하지 않다. 오랜 시간 퇴적된 예술의 보수성에 3세대 여성국극인들이 균열을 내가는 모습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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