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대를 꾸미는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왼쪽부터).
팝 스타들이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는 그래미 어워드와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행사다. 하지만 두 시상식이 열리는 LA는 지금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 1월 LA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역사상 최악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수만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었고 이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거주하는 퍼시픽 팰리세이즈, 패서디나 지역도 마찬가지다. 산불 이전에도 할리우드는 위기였다. 할리우드의 촬영 건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업계의 실업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필름LA>에 따르면 지난해 LA에서 진행된 촬영은 총 2만3480건으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시 전체가 폐쇄됐던 2020년 다음으로 낮은 수치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보고에 따르면 2024년 할리우드에서 월급을 수령하는 근로자는 약 10만명으로 이는 팬데믹 이전보다 25%가 감소한 수치이다.
지난 2월2일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드는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도시에 스타들이 바치는 위로였다. 화재로 집을 잃은 록 밴드 도스의 “I Love LA”로 시작된 그래미 어워드의 주인공은, 마침내 올해의 앨범상을 거머쥔 비욘세도, 해체한 지 55년 만에 최우수 록 공연상을 수상한 비틀스도 아닌, 도시 LA였다. LA에서 나고 자란 빌리 아일리시는 캘리포니아의 산맥을 형상화한 무대에서 “LA, 사랑해요”를 외쳤으며, 브루노 마스와 레이디 가가는 더 마마스 앤드 더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을 열창했다. 소방관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 독려 또한 시상식 내내 진행됐다. 3월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은 화마와 잿더미 속에 신음하는 LA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브루탈리스트>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 <아노라> <에밀리아 페레즈> 등이 후보에 오른 올해 오스카의 라인업은 평년에 비해 대중적 관심을 끌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그래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LA를 사랑하기로 유명한 할리우드가 꿈의 도시에 전할 격려와 희망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