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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코미디 흥행보증수표의 귀환, 젠나로 눈치안테 감독의 신작 <나는 세상의 끝이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인 작품은 젠나로 눈치안테 감독의 <나는 세상의 끝이다>이다. 주인공 안젤로(안젤로 두로)는 클럽에서 술에 취한 손님을 집에까지 데려다주는 운전 기사다. 어느 날 몇년간 감감무소식이던 누나가 휴가를 떠난 자기 대신 며칠 동안만 노부모를 보살펴달라며 전화를 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안젤로는 부모에게 복수하겠다는 심산으로 누나의 제의에 응한다. <나는 세상의 끝이다>는 가족 사이의 오랜 상처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재기 넘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탈리아 코미디영화 특유의 발랄한 유머와 인간사 희로애락의 깊은 감정이 섬세하게 결합해 누구나 삶에서 겪을 법한 가족간의 갈등을 풍자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족주의는 이탈리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영화는 안젤로가 겪는 소동극을 통해 현대 이탈리아의 문화에서 가족이 갖는 의미의 변화를 코미디 어법으로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젠나로 눈치안테 감독은 <쿼 바도?>(2016) 등의 작품을 통해 여러 차례 희극적 재능을 입증해왔다. 눈치안테 감독은 흥행 타율까지 좋다. 이탈리아 영화산업의 통계기관인 시네텔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 상위 3편이 모두 눈치안테 감독의 연출작이다. <나는 세상의 끝이다> 역시 눈치안테 특유의 날카로운 유머와 따뜻한 휴머니즘이 적절히 배합된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 보다 진일보한 작법은 캐릭터 중심의 연출이다. 눈치안테 감독은 주인공 안젤로의 서사를 다각도로 풀어내며 관객들이 주인공에게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성공한다. 안젤로가 돋보이는 데엔 주연배우 안젤로 두로의 공 또한 크다. 지금 이탈리아의 방송계와 연극계가 모두 사랑하는 안젤로 두로는 이번 작품에서 절정의 코미디 감각을 선보이고, 관객의 눈물을 훔치는 데까지 이른다. 무엇보다 <나는 세상의 끝이다>는 따뜻한 치유를 선사하는 영화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매일 큰 소요 속에 살고 있는 한국에도 이 작품이 수입돼 영화보다 복잡한 현실의 늪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