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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6]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드라마’, <무빙> 부산 제작기
임수연 2024-11-22

<무빙> 부산에서 촬영한 ‘한국형 슈퍼히어로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2015년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한 프로젝트다. 원작을 쓴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도 집필했다. 비행, 오감, 치유, 괴력 등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의 서사가 세대를 관통하며 전개된다. 특히 1990년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부모 세대의 이야기는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을 표방한 <무빙>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완성했다. 이중 치유 능력을 가진 주원(류승룡)의 에피소드는 대부분 부산시에서 촬영했다. 거친 조폭이었던 그가 지희(곽선영)를 만나 순애보를 바치는 스토리가 부산 특유의 정서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 밖에 두식(조인성)과 미현(한효주)의 일부 장면 역시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찍었다. 따뜻한 가족드라마이면서 에둘러 가지 않는 슈퍼히어로물이었던 <무빙>의 부산 촬영 제작기를 전한다.

90년대, 누아르, 정감을 모두 담은 곳

가장 많은 촬영이 이루어진 곳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였다. 천장에 쿠션 처리를 해둔 봉석(이정하)의 방, 남산 돈까스 집 2층 내외부, 주원과 지희가 신혼집으로 살던 공무원 임대아파트 내부, 두식과 미현의 키스신이 나오는 미현의 아파트, 재만(김성균)의 아파트 내부와 복도 등이 이곳 세트장에서 찍은 것이다. 두식과 봉석의 와이어 액션 장면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마당에서 촬영됐다.

<무빙>은 부산에서 총 35회차를 찍었다. 특히 주원과 지희가 주인공인 10화와 11화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찍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작중 배경은 인천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스토리상 누아르적인 느낌이 나면서 90년대 정서를 표현할 수 있고 정감 있는 정취가 묻어나는 공간이 필요”(김경해 제작부장)했다. 특히 주원의 과거 서사에 등장하는 골목길을 찾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전국 각지를 찾아다닌 결과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과 재개발구역이 공존하는 부산으로 주 로케이션이 결정됐다. “부산은 사람들이 없지만 어느 정도 관리가 된 폐건물과 사람들이 사는 구역이 공존하고 있어 촬영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이성규 VFX 슈퍼바이저)

생활 밀착형 VFX

주원의 뒤를 쫓는 수백명의 조직원들. 지희는 스쿠터를 끌고 나타나 그를 태운 후 함께 해안도로로 달아난다. 이 시퀀스는 윤영수 촬영감독팀과 VFX팀에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감만동 일대에서 찍은 추적 신은 원신 원컷으로 잡아내야 했기 때문에 촬영팀과 VFX팀, 무술팀이 다 함께 모여 여러 번의 솔루션 회의를 거쳤다. “부산의 특정 지역에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골목길이 한데 모여 있어서 가능했던 작업이다.” (이성규 VFX 슈퍼바이저) 프랭크(류승범)가 처음 주원과 마주쳤을 때 그를 끝까지 쫓아가다가 트럭으로 깔아뭉개는 원테이크 역시 디지털 합성으로 만들었다. 7개로 나뉜 좁은 골목길에서 각각 촬영한 신을 하나씩 붙여나가며 연기의 합을 맞춰나갔다.

<무빙>의 초기 컨셉을 잡을 때 박인제 감독은 “할리우드 마블 영화처럼 가기보다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CG”를 주문했다. 이른바 ‘생활 밀착형 VFX’. “기술적으로 화려한 CG보다는 디테일한 움직임과 생활환경을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이 작업이 더 힘들었다.”(이성규 VFX 슈퍼바이저)

주원과 지희의 멜로드라마

주원과 지희의 멜로 신은 두 배우가 오롯이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윤영수 촬영감독은 “컷을 많이 나누지 않고 카메라 두대를 놓고 길게 찍었다. 최대한 카메라가 배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한편 지희 역의 곽선영은 <무빙> 촬영장에서 처음으로 스쿠터를 몰았다. 그가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촬영팀이 스쿠터를 뒤에서 밀면서 그의 운전을 도왔다는 후문이다.

“어떻게든 중도 이탈하지 않고 20편을 따라가게 하는 여러 방편 중 하나로 조화로운 색의 팔레트는 필연적이다.” (박인제 감독) 시각적으로 집중도 있게 이야기를 묶기 위해 <무빙>이 택한 전략 중 하나는 인물의 감정이나 관계를 각기 다른 컬러와 톤으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특히 과거의 부모와 현재의 자식 세대의 공간에 다른 계절과 컬러를 부여한 것은 그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부모 세대는 가을과 겨울과 회색, 자식 세대는 여름과 그린과 옐로를 주로 썼다. 두식과 미현의 로맨스는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한 회색에 바이올렛과 핑크로 포인트를 줬다.”(채경선 미술감독)

부모와 자식 세대를 관통하는 팔레트 전략

<무빙>은 좋은 가족드라마이기도 하다. 가족의 울타리를 다양하게 시각화한 흔적은 작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봉석이 날아가지 못하게 엄마 미현이 묶어놓은 끈이나 그물망 같은 안전장치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을 보여준다. 다른 가족과 조금 다르게 태어났지만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채경선 미술감독)

주원의 신혼집은 90년대 아파트를 레퍼런스 삼아 당시 가구 형태와 벽지, 마감재를 많이 참조했다. 주원과 지희를 상징하는 컬러는 따뜻한 추억을 상기시키는 주황색이다. 때문에 지희가 일했던 엄지다방, 지희의 의상, 주원의 치킨집에 모두 오렌지 컬러가 베이스로 깔려 있다. 여기에 주원의 신혼집에는 오렌지와 옥색이 함께 쓰였다. 주원이 군화를 벗는 현관 왼쪽에 걸려 있는 결혼식 사진 액자까지 신경 쓰며 아기자기한 신혼집의 느낌을 살렸다.

주원의 모텔에 있는 TV 위에 놓인 원앙은 미술팀이 설정한 일종의 이스터에그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주원과 지희가 만날 때는 원앙이 마주 보고, 다른 다방 레지가 들어올 땐 떨어져 있다. 우리 팀이 소소하게 재미있는 요소를 담은 장치”라고 설명했다. 둘의 운명을 예고하듯 침구류는 예단 이불 같은 스타일로 골랐고, ‘엄지다방’의 타이포그래피나 간판 디자인, 지희의 오토바이도 결혼식 부케 같은 느낌을 넣었다. <무빙>을 관통하는 실의 이미지에서 고안한 실 자수 소품도 모텔이나 신혼집 벽에 걸려 있다. 이는 주원과 지희 커플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캐릭터다운 액션하기

<영화부산> 2023. VOL.44 ‘부산 촬영해 보고서’ 재구성 및 “‘311개의 퀴즈를 풀었다’, <무빙> 박인제 감독 인터뷰”(<씨네21> 1426호)에서 발췌

액션은 시나리오에서 출발한다. “캐릭터의 드라마를 분석해 그에 맞는 동선과 합을 짜야”(류성철 무술감독) 좋은 액션이 나올 수 있다. <무빙>에는 각기 다른 서사와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오감이 발달한 미현의 동작을 짤 때는 “잘 들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개미가 걸어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미세한 발자국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미현이 취할 법한 제스처를 상상한다. 선행 후 뒤통수를 노리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식으로 움직임을 짰다.” (류성철 무술감독) 번개를 만들 수 있는 전계도의 액션은 배우 차태현의 특성을 반영했다. “차태현 배우가 액션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걸로 안다. 그래서 과감하게 트레이닝을 받으러 오지 말라고 했다. 배우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내는 것이 오히려 좋겠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일상적인 액션을 보여줄 수 있었다.”(류성철 무술감독) 괴력을 가진 재만은 “마치 늑대인간처럼 정제되지 않은 거친 액션”(류성철 무술감독)을 컨셉으로 잡아 장면을 완성했다.

<무빙>에서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는 단연 주원이 머물던 모텔 복도에서 펼쳐지는 3분짜리 원테이크 신이다. 주원의 방은 물론 20m가 넘는 긴 복도를 세트로 지어 촬영했다. 여기에서 무기로 작살이나 갈고리가 등장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류성철 무술감독은 “일반적인 조폭영화에서는 쇠파이프나 야구방망이를 쓴다면, 여기선 해안 도시에 있을 법한 무기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장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주원의 애틋함이 녹아 있다. 그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참는다. “끊임없이 다치고 부러지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운신의 폭을 크게 가져가면서”(류성철 무술감독) 주원의 마음을 녹여냈다.

류성철 무술감독은 ‘장비 컨택’을 강조했다. “날아가는 자세, 공중에 서 있는 자세는 제안 정도만 할 뿐 선택은 배우가 직접 한다. 우리는 어떤 장비를 찼을 때 가장 편한지 그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 몸에 와이어 몇개를 달았을 때 가장 편한지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비행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두식과 달리 그의 아들 봉석은 아직 어설프고 서툰 단계다. 때문에 봉석의 경우 오히려 장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와이어 세줄을 달아야 한다면 두줄만, 두줄을 달아야 한다면 한줄만 달았다. 그리고 제작팀에게 배우가 무용을 배우도록 요청했다. 직선적인 딱딱한 움직임보다는 중심을 못 잡는 것 같은 움직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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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