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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부산+’, <헌트> 부산 제작기
조현나 2024-11-08

<헌트> 총기 액션의 긴박한 무대

데뷔작 <헌트>로 이정재 감독은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고, 개봉 이후에도 435만명의 관객을 모객했다. 안기부 해외팀의 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의 정도(정우성)는 북한의 스파이 동림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한다. 서로에게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던 두 사람은 이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미국과 일본, 한국, 태국을 배경으로 한 <헌트>는 1980년대라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촘촘히 설계된 액션을 선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셧다운이 만연하던 시절, <헌트> 제작진은 부산 곳곳의 로케이션을 활용해 영화의 극적인 장면들을 완성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빛과 총구

동림을 찾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던 와중에, 정도는 세탁소로 위장한 안가 2층에 설치된 부비트랩으로 심한 타격을 입는다. 적지 않은 규모의 폭발 신을 구현하기 위해 <헌트> 제작진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세트장을 마련했다. “그만큼 큰 평수의 세트장이 흔치 않다. 덕분에 여러 세트를 지어두고 촬영하기가 좋아 무척 만족스러웠다.” (박민정 PD)

수많은 이들로 하여금 진실을 토해내게 만들었던 안기부 조사실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마련됐다. 박일현 미술감독이 안기부 조사실을 구상하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차가운 느낌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상대를 관찰하는 인물들의 표정만큼이나 매직미러룸 벽면의 타일 컬러, 소재도 차가운 느낌을 주는 걸 골랐고, 중간중간 깨진 타일을 배치해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적인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실에 놓인 긴 소파에 앉은 요원들이 “4개의 매직미러룸을 한눈에 살피고 컨트롤한다는 설정”을 통해 “권력기관의 위력을 강조”(박일현 미술감독)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액션의 맛을 살리기 위해

<헌트>는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살리면서도 “컨셉상 층고가 높은 건물이 많이 필요”(박민정 PD) 했다. 그러다보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산에서 로케이션을 헌팅하게 됐다는 것이 박민정 PD의 설명이다. <헌트>의 시작을 알리는 워싱턴 오페라하우스에서 벌어진 총격 신은 “야외는 여의도에서, 내부는 어린이대공원 근처 공연장과 춘천, 부산 등지에서 촬영”(허명행 무술감독) 했으며 그 무대 중 하나가 옛 부산외국어대학교 우암캠퍼스다. “테러범을 잡기 위해 안기부 요원들이 오페라하우스 구석구석을 누비며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기 때문에 “액션 동선을 구조적으로 잘 그려낼 수 있으며 층고가 높은 장소를 섭외했는데 그러기에 옛 부산외국어대학교 우암캠퍼스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박민정 PD) 박일현 미술감독은 구조물의 벽, 바닥 등 “건축 내부의 장식적 요소를 활용”해 “액션을 다채롭게 펼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디자인”했다고 덧붙였다.

도쿄의 총격 신을 부산에서 재현하다

<헌트> 제작진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상황들을 처음부터 한국에서 찍는 것을 목표로 했다. 거리에서 총격이 벌어지기 때문에 일본에서 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고, 섭외한다 해도 제한 상황이 적지 않아 CG 작업이 많아질 것을 고려한 결과다. “도쿄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요소들이 부산에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동 고가다리다. 장소가 잘 갖춰져 있어서 CG보다 아날로그 작업을 통해 공간을 디자인했고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다.” (박민정 PD)

박일현 미술감독 역시 “도쿄의 분위기를 연출할 공간으론 부산이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거리의 간판이나 표지판 등은 일본식으로 바꿔야 했기 때문에 “1983년의 도쿄 시가지를 레퍼런스로 참고하고 사람들이 일본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고려하며” 시가지를 디자인해나갔다. 특히 간판의 경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폰트와 컬러를 설정했다.”(박일현 미술감독) 또한 “일본 차량의 컬러,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정해 일부는 국내에서, 일부는 일본에서 직접 공수”(박일현 미술감독)해와 촬영을 진행했다.

부산의 충장대로, 중앙대로에서 펼쳐지는 총격 신을 촬영하기 위해 <헌트> 제작진은 주말마다 이곳을 찾았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평일을 피해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콘티를 정확하게 짜서 촬영에 들어가야 했”(이모개 촬영감독)고, 촬영감독, 미술감독을 포함한 헤드 스태프들이 매주 함께 현장에 나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를 컷 바이 컷으로 세심하게 정한 뒤 진행했다.”(박민정 PD) “도로 총격 신을 찍을 때, 그리고 후반 작업을 하면서도 이정재 감독과 ‘부산이 아니었으면 소화해내지 못했을 것’이란 말을 자주 했다. 실제 일본에서 찍은 것보다 더 일본 같은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박민정 PD는 당시를 회상했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위기에 처한 팀원들을 구하기 위한 평호의 심리를 전달하기 위해 액션뿐만 아니라 사용된 화기까지 꼼꼼히 설정했다. “평호가 소속된 남한측은 M16을, 북한군은 우지나 AK 계열의 자동소총을 들도록 설정했다. 특히 평호가 팀원들을 향해 돌진할 때는 M16을 조립해 나온다. 일반 권총이 아닌 데에서 오는 평호의 간절한 마음과 의지를 더 확고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공간이 주는 힘

평호가 외딴 창고로 끌려가 인민무력부 소속원들에게 고문을 받는 장면은 부산 사하구의 유원메탈에서 촬영됐다. “공간이 갖고 있는 힘이 굉장히 좋았다. 처음에 이정재 감독이 생각한 건 유원메탈의 1/3 정도 되는 크기의 공간이었다. 그러다 두 세력이 맞부딪히는 신이기 때문에 규모가 더 큰 장소에서 촬영하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이모개 촬영감독)고 그렇게 제작진은 유원메탈을 찾았다. 특히 극 중 평호가 공중에 매달려 고문받던 각도의 장소는 “이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영화에 많은 도움을 줬다”라고 이모개 촬영감독은 전했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평호와 정도 둘 사이의 상황이 변화하고, 정도가 특정 작전을 세우지 않고 밀고 들어가는 장면이기 때문에” 직진의 동선을 강조했다고 전한다. “다만 창고에 정도가 바로 들어오면 평호와 재회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지기 때문에 뒤차로 들어와 등장한다는 설정을 더했다.”(허명행 무술감독)

비밀 작전 회의는 이곳에서

<영화부산> 2022. VOL.40, ‘부산 촬영해 보고서-영화 <헌트> 제작현장’, ‘영화 보고 읽으면 영화가 더 재밌어진다!, 주요 공간별로 살펴본 <헌트>의 미술과 무술’ (<씨네21> 1369호)에서 발췌 및 재구성

“이정재 감독이 이 공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같은 캐릭터가 어느 곳에 놓이느냐에 따라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헌팅을 상당히 여러 곳을 다녔다.”(박민정 PD) 정도가 다른 요원과 비밀 작전을 갖는 장면은 부산 연제구에 있는 만덕초읍(아시아드)터널에서 촬영됐다. 두 사람의 말소리가 울릴 정도로 크고 넓은 터널이 길게 이어져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발각되지 않은 밀폐된 공간으로서 각자의 요구 사항을 발설할 수 있다는 것이 만덕초읍터널이 가진 공간적 특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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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사나이픽처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