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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있는 힘껏 나로부터 멀어지는, <지옥> 시즌2 배우 김신록
박수용 사진 최성열 2024-10-31

배우 김신록에게 2021년의 기억은 생생하다. 처음 매체 연기에 발을 들이던 시절 만난 <지옥>과 박정자,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일상까지. <지옥> 시즌1을 “다시 봐도 촬영 때의 기억 그대로”였다고 말할 정도로 <지옥>은 그에게 각별한 작품이지만 3년 만에 박정자를 만나니 “낯섦”이 앞섰다고 한다. “내게도 <지옥> 이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박정자도 인생에서 지옥이라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경험한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부활 후에도 좁은 공간에서만 4년을 생활한 사람이다. 큰일을 겪은 후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것처럼 이 생경함을 그대로 가져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박정자가 경험한 지옥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김신록은 3화 박정자의 대사 중 “그리움”과 “절망”이라는 상승과 하강의 키워드에 집중했다. “그리움은 사실 그 감정의 대상인 아이들에게 격렬하게 가닿고 싶어 하는 욕망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끝없이 욕망하고 좌절하는 그의 지옥은 부활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새진리회에 감금된 채 여전히 아이들을 그리워하기에 현실 또한 여전히 “여러 상과 이미지가 교차편집되듯이 아른거리는” 지옥도와 같다는 것이다. “눈앞의 김정칠(이동희)이 실재인지 환각인지조차 선명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얘(박정자)는 왜 또 자냐’는 대화도 나눴다. (웃음)” 이처럼 박정자를 괴롭히고 또 살아가게끔 하는 모성은 결국 “멸망의 세계에서도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유일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박정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사회적 시스템의 일부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후 세계의 멸망을 예감하게 되며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찾아나선다. 모든 시스템이 무화되기에 비로소 마음속 욕망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옥>이 말하는 디스토피아적 멸망은 동시에 유토피아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신록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또한 더 좋은 작품과 연기에 대한 욕심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도 “직접 부딪히며 얻은 삶의 통찰”을 지닌 의병 범동을 연기한 그는 올해 부산의 가장 뜨거운 배우가 됐다. 심지어 두 작품의 촬영 기간이 겹쳤지만 그는 본인에게 “중요하고 꼭 하고 싶은” 두 인물 모두 포기할 수 없었다. “두 세계가 워낙 달라서 현장에서 의상만 받아도 즉각 그 인물이 되는 힘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이토록 숨 가쁜 매체 작업 사이에서도 끝없이 무대 위의 시간을 탐하는 그다. 지난 8월 연출한 연극 <없는 시간>에서는 “경험 전에 이해되는 모든 순간을 배제”함으로써 “모든 재현을 끊어내는 것”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현의 세계”라고 정의하는 카메라 앞에서는 이 방법론이 자칫 불안정함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무대에서 지향하는 감각과 매체 연기가 서로에게 균열을 내는 순간들이 있다. 그 틈에서 무언가 다른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된다. 배우로서의 욕망과 불안감의 경합 속에서 도전해나가고 있다.” 김신록이 그간 박정자와 같은 “극적인 상황이나 세계관”을 즐겨 택해왔던 것 또한 동류의 도전 의식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한발 더 나아가려 한다. “나로부터 있는 힘껏 멀어지는 연기도 여전히 좋지만, 요즘은 나와 거리가 멀지 않은 사람을 덤덤하게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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