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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안한 땅을 딛고 일어서면서,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박송열 감독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4-10-25

전성기를 맞이한 메이저리거 류현진은 강팀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을 호투하며 8회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상황상 키케 에르난데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감독은 류현진의 타순에 그를 내보내고자 류현진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팀의 승패를 염려하며 타석에, 다음 회 마운드에 서려는 류현진에게 감독은 한마디를 전했다. “너무 걱정 마.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새로운 월셋집에 이사 온 미주(원향라)와 영태(박송열)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버벅거린다. 300만원이 없다는 이유로 동업자에게 버림받은 영태는 아내에게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라는 메시지만 덜렁 남기고 일하기 위해 떠난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키케가 되어버린 영태를 두고 박송열 감독은 “언젠가 영태가 홈런을 치기를, 꼭 성공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미주는 홀로 자기만의 현실에 묵묵히 임하”지만, 장면 사이마다 불규칙하게 등장하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은 영태의 안녕을 확신할 수 없는 미주의 불길한 상상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영태 부부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 집 마련이 요원한 현실 속에서 부부에게 집은 안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뜻한다. “미주와 영태는 여전히 월셋집에 머물지만 지난번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남들과 같은 평범한 소망을 꿈꾸는 것이다. 이 부부의 바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들의 꿈이 어떤 사회적 환경을 딛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뉴스로 부동산 자율화를 언급했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형식보다, 부부 안쪽으로 수렴하는 감정을 지향한다.”

새로운 집에서 남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을 꿈꿨건만 영태가 돈을 벌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면서 부부는 따로 떨어져 지낸다. 집이 있지만 집은 이들을 한데 묶지 못한다. 박송열 감독은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의 중심 키워드로 부부의 우정 혹은 연대를 꼽았다. “이들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지만 그대로 실패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 뒤에 자신이 본래 가진 것을 다시금 돌아보며 삶에 고마움을 느낀다. 처음 시나리오를 발전시킬 때 이 부분을 가장 주요하게 다뤘다. 영화 속에서 두 인물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따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지만 그렇기에 깨닫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너무 새로운 인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에 등장한 정희·영태 부부 같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헤쳐나가면 내가 작품에 담고 싶은 정서와 변화를 그려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 등장하는 정희와 영태는 이번 작품에서 미주와 영태로 거듭났다. 일명 ‘영태 세계관’은 박송열의 페르소나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사이에 명확한 선이 그어져 있진 않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의 영태 부부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영태 부부냐고 묻는다면 다소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싶다. (웃음) 작품을 세계관이라는 둘레에 묶는 순간 그 이후의 순간들이 발목 잡히는 것만 같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치고 싶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 안에서 조각조각 모티브를 얻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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