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 한국 / 2024년 / 136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08 KT 19:30 / 10.09 L6 12:30
별 볼 일 없는 상업 영화 현장. 인서트 감독으로 일하는 진주석은 카메라를 통해 한 여자가 강물에 투신하려는 장면을 목격한다. 주석은 서둘러 그녀를 구하게 되고, 그 소동을 계기로 여자는 촬영팀에 스태프로 합류하게 된다. 여자의 이름은 마추현. 보기 드문 이름을 가진 추현은 자신을 노마드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늙은 감독의 영화 예찬이 이어지는 지루한 뒤풀이가 지나고 두 사람은 주석이 미뤄왔던 영화 제작을 계기로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부모 바보>로 지난해 부산을 찾은 이종수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인서트>는 영화를 향한 우화 같은 이야기다. 다만 한없는 애정이 깃든 낭만 동화라기보단 투명하고 날카로워 자칫하면 베일 것 같은 부조리극에 가깝다. 당장이라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익숙한 상황에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장황하고 지루한 대화 사이에 서린 냉랭한 공백을 마주하며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대개 영화의 연속성을 위해 복무하는 의미 없는 풍경 쇼트들이 오히려 <인서트>에선 유달리 반가운 순간이 되는 까닭이다. 언어와 현학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물들을 지나치면, 감독이 선사하는 애증 어린 기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